[안경애 칼럼] 내 손안의 주치의 시대 열린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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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내 손안의 주치의 시대 열린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여기며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문명이 시작되자마자 또 다른 디지털 기기가 신체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바로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다. 웨어러블 기기는 신체에 밀착돼 24시간 내내 생체신호를 읽어낸다. 읽어낸 심박수부터 보행수, 칼로리 소모, 산소포화도, 수면상태 등 다양한 신호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플랫폼으로 모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웨어러블 기기는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단순히 개인 건강관리 아이템으로부터 일종의 의료기기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미 FDA(식품의약국)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헬스케어 기술기업 리브모어(LIVMOR)의 웨어러블 심전도 감지장치를 웨어러블 기기 중 최초로 승인했다. 시판되고 있는 의료기기와 거의 동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510(K) 승인을 한 것으로, 미국 내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 장치는 심장 박동을 24시간 모니터링해 심박세동 여부를 감지한다. 승인에 앞서 25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100%의 정확도를 보였다.

웨어러블 기기의 강점은 환자의 실시간 데이터를 파악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수많은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질병 예방과 사후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진단과 치료에 그쳤던 의료 서비스를 건강관리, 예방, 모니터링까지 확장해 의료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건강보험공단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6만6000명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내년부터 심박수, 보행수, 산소포화도, 운동시간, 칼로리 소모 등을 관리한다. 동네 일차 의료기관들에 상담, 교육, 모니터링 등을 위한 케어 코디네이터를 두고 건강관리와 질병 예후를 도울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병행해 경증 만성질환자 17만명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보급해 동네의원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IT플랫폼과 결합, 병원 내에 갇혔던 전통의료의 한계를 뛰어넘고 의료서비스의 경계를 환자의 손끝으로 확장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오라클이 컨설팅 기업 워크플레이스인텔리전스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외 근로자의 78%는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고, 68%는 직장 내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상사보다 AI와 대화하며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인의 87%는 치료사나 상담사를 AI로 대체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I의 도움을 받으면 편견 없이 문제를 상담할 수 있고 원할 때 언제라도 건강문제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이런 장점은 의료서비스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심각하게 아프지 않아도 수시로 두려움 없이 상담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강관리 플랫폼은 삶의 질과 사회적 건강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연결하고, 병원에 쌓인 검진 데이터와 진료 정보를 모아 나에게 찾아오는 서비스를 해줄 '내 손 안의 주치의'를 만날 날을 기다린다. 동네 의원이나 보건소가 중심이 되어도 좋고, 통신사나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앞장서도 좋겠다. 금융분야의 토스나 뱅크샐러드처럼 혜성 같이 등장한 스타트업이 의료산업을 흔들어줘도 반가울 것 같다. 내 데이터를 가져가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나의 건강과 웰빙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등장도 기대된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갈 것인가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사회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모두가 이기는 게임의 룰이 만들어져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그런 변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스타트업과 기업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좋은 경험이 쌓이고 공유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축적될 수 있다. 그 에너지는 사회의 문화와 생태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혁신의 방아쇠를 당기는 이노베이터의 등장을 기다린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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