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부동산 담보신탁 급증…대출규제 우회수단?

8월, 금융권 부동산신탁 316조3811억원…전년비 14.1% ↑
담보신탁 비중 90%…금융지주 계열사 수탁고 일제히 상승
LTV 우회경로 우려에…당국 "살펴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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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권 부동산 담보신탁 규모가 급증하며 부동산신탁 수탁고가 대폭 늘었다. 이에 재산신탁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담보신탁은 부동산전업신탁사에서 급증했는데, 최근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로 은행권 대출문턱이 높아지자 우회경로로 전업 신탁사를 통한 담보신탁이 활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신탁 규모는 316조38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39조47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탁규모가 66조7802억원 늘어난 점을 보면 부동산신탁 수탁고가 총 수탁액 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부동산신탁 중에서도 담보신탁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8월까지 담보신탁 증가액은 34조1075억원으로 부동산신탁 총 증가분의 90%에 이른다. 업권별로는 부동산전업신탁사가 27조7763억원으로 증가액의 83%를 차지했고, 은행이 6조3312억원 늘어 14%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전체 금융권 신탁 수탁고 중에서 재산신탁 비중도 지난해 44.8%에서 올해 8월 50.5%까지 증가했다. 반면 판매가 급감한 주가연계신탁(ELT) 등이 포함된 금전신탁은 47.8%까지 떨어졌다.

올들어 부동산 담보신탁 급증…대출규제 우회수단?
(자료-금융투자협회)

상반기만 놓고 보면 개별 부동산신탁사 중에는 무궁화신탁이 47.5%(10조1187억원)로 자산이 가장 많이 뛰었다. 하나자산신탁 30.2%(10조2016억원), 아시아신탁 24.4%(8조1923억원), 우리자산신탁 23.5%(8조1972억원), 교보자산신탁 15.9%(7조3234억원)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무궁화신탁을 제외하면 모두 금융그룹(하나, 신한, 우리, 교보) 계열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탁사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 내 신탁사들이 지주의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책임준공에 대해 확약을 하고 대출기관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실적이 늘었다"며 "일부신탁사가 등 금융지주 내에 포함된 뒤 자산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장은 절세를 기대하는 개인들과 처분의 용이성을 고려한 신탁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애초 부동산담보대출 시 근저당보다 신탁이 더 저렴한 데다가, 최근 법규 개정으로 이 비용도 기관이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탁사 역시 물건 명의를 직접 받아 향후 처분 등에 쉽다는 이유로 선호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규제 대책의 하나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대출이 쉬운 담보신탁으로 차주들이 옮겨간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담보신탁은 차주가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사에 주고, 신탁사로부터 증권을 발급받아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형식이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는 점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같지만, 주택가액에 따라 다른 비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최근 우회대출 경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테면 현행 주담대 비율(LTV)은 투기지역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9억원, 15억원 전후로 대출 비율이 달리 산정된다. 하지만 담보신탁 LTV는 40%(투기·투기과열지구)와 60%(조정대상지역)로만 나뉘어 고액주택에서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다. 이 대책은 지난해 10월 시행됐지만, 이후에도 담보신탁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책 발표 시점이 오래되지 않은 만큼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신탁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며 "관련 사안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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