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독감백신의 진짜 문제점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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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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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독감백신의 진짜 문제점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코로나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 우려되면서 정부에서도 독감무료접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운송 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사건으로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정부는 일단 효능과 부작용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백신 관리에 대한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금년에 인도와 멕시코에서 각각 발표된 논문을 보면 운송과정에서 잠깐 상온에 노출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문제가 된 백신을 접종한 환자에서 부작용이 더 많았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따라서 큰 문제없이 수습되는 분위기인 것 같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보도에 의하면 이번 독감 백신 입찰은 조달청에서 정상가의 60% 정도의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4차례 유찰이 된 후에야 문제가 된 업체에 낙찰되었고 그 과정에서 2개월이 소요되었다. 저가의 백신을 그것도 입찰에 소요된 2개월을 보완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무리하게 납품하다가 문제가 터진 것이다. 500만 도즈(500만 명에게 접종할 분량)를 납품하는 계약이라면 누구나 탐을 낼 큰 계약인데도 4차례나 유찰?다는 것은 그만큼 무리한 가격이었다는 의미이다.

백신은 가격 외에도 공급 능력과 보관 및 운송 과정을 포함한 유통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만 하는 분야인데 전문성이 없는 조달청에서 구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백신의 구입, 유통 및 사후 관리의 모든 과정을 질병관리청에서 일관되게 통제를 할 필요가 있다. 백신은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중요하다. 0.01%의 부작용은 5000만 명의 우리나라 인구 중에서 3000만 명이 접종할 경우 3000명이 부작용으로 고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1만 명 중의 1 명이라는 숫자는 매우 높은 비율이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효능을 떨구거나 부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환경은 철저히 피해야 한다.

다행히 독감 백신은 1940년대에 상업화된 이래 70년 이상 개량되면서 안정성이 확립된 백신이다. WHO(국제보건기구)에서는 백신을 온도의 민감성에 따라 A에서 F까지 6그룹으로 나누는데 독감은 비교적 온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B그룹이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의 경우는 크게 다르다. 우선 제조 방법이 전통적인 바이러스를 불활성화 시키는 방법 외에도 단백질이나 RNA 혹은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등의 새로운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험과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독감백신의 진짜 문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심각한 상황이어서 보통 5년 이상 걸리는 임상 3상을 불과 1년 이내에 약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환경적인 요소라도 최대한 맞춰주어야 한다. 즉, WHO 기준으로 가장 온도에 예민한 F그룹에 준하여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노바백스에서 개발하는 백신과 중국에서 개발하는 백신은 영상 2도에서 8도 사이에서 보관이 가능하며 아스트라 제네카의 백신도 냉장 보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모더나에서 개발한 백신은 영하 20도, 화이자에서 개발하는 백신은 영하 70~90도에서 보관해야 하므로 백신의 보관 및 운송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이번 독감 백신 접종을 통해 백신의 보관 및 운송과정 전반에 걸쳐 철저히 관리하고 필요한 설비를 확보하도록 점검하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 저가 구매에 집착한 나머지 문제가 된 백신을 폐기해야 했다. 또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으며 정부 구매 물량에 대한 불신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어도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지금으로선 어느 회사 제품을 먼저 구입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행히 국내 기업이 일부 회사의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로 하였고 앞으로도 다른 회사 백신을 위탁 생산할 가능성이 있어 해당 회사 제품이 먼저 유통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회사 제품이 언제 최종 상품화에 성공할 지도 알 수 없고 특정회사 제품만으로 물량이 확보된다는 보장도 없다. 때문에 다양한 온도로 보관 운송할 수 있는 역량을 미리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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