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LNG발전 강제 전환
2034년 설비 용량 29GW로 감축
향후 전력생산 비용 증가 불가피
"장단점 분석 등 정교한 정책 필요"
2034년 설비 용량 29GW로 감축
향후 전력생산 비용 증가 불가피
"장단점 분석 등 정교한 정책 필요"
한국남부발전이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부산대학교 등과 함께 공공 협업형 시범사업으로 준공한 부산역 선상 주차장 지붕 태양광발전설비다. 부산역 태양광은 연간 1150MWh 규모 전력을 생산한다.
한국남부발전 제공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탈(脫)석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멀쩡한 석탄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강제 전환하고, 발전사업자들의 배출권 비용 부담도 올리고 있는데, 이는 곧 국민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친환경 에너지전환을 강조하면서, 석탄발전소의 경제성과 환경개선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탈석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에너지업계 전반에서 비등하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두고 최종 협의에 돌입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가 지난 5월 초안을 냈지만, 넉달 넘게 최종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내년부터 5년간 적용하는 '제3차 계획기간 국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하면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이를 토대로 발전원별 비중이 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은 원자력발전(원전)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현재 15%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을 40%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석탄발전 설비 용량은 2020년 34.7GW에서 2034년 29.0GW로 줄인다. 폐지되는 석탄발전소 30기 중 24기는 LNG로 전환된다.
이렇게 되면 같은 기간 LNG 설비 용량은 41.3GW에서 60.6GW로 늘어난다. 초안대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된다면 발전원별 설비 비중은 원전과 석탄을 합해도 2020년 46.3%에서 2034년 24.8%로 거의 반토막이 난다. 이에 비해 신재생에너지는 15.1%에서 40.0%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석탄발전소는 대규모 투자로 추진된 사업이기 때문에 신재생 설비나 LNG 발전소 등으로 대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탄소포집저장(CCC) 기술 등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소에 적용할 수 있는 배출가스(탄소) 저감기술이 아직 상용화 전 단계에 있는 만큼, 급격하게 '탈석탄'을 추진한다면 결국 발전 연료 시장에서 석탄이 배제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급속한 재생에너지 전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 분석과 대비 방안은 미흡하다"며 "재생에너지의 전력수급 한계로 인해 LNG 수입량이 증가하는 등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져 안보 측면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각각의 에너지원에 대한 환경, 경제적 장단점 분석과 장기 에너지 수급 예측치에 기반한 보다 정교한 에너지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금처럼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편다면 향후 10년간 전력생산 비용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에너지원별 발전량 전망' 분석을 의뢰한 결과, 예산정책처는 현 시점 기준 발전원별 발전량 구성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수요와 '경제급전'원칙(발전비용이 가장 낮은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기부터 공급하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2030년 발전비용이 작년보다 13.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배출가스가 적은 에너지원을 먼저 발전하는 방식인 '환경급전' 원칙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한다면 전력생산 비용은 더 상승할 수 있다. 전체 전기요금에서 전력생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70%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50년까지 어떤 형태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인지 구체화 방안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탄소 제거량이 배출량을 상쇄해 탄소 배출량이 최종적으로 '0'이 되는 상태를 말한다. 탄소중립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될 경우, 보다 강화된 탈석탄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석탄발전이 전체 발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저 발전원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탈석탄을 밀어붙이는 것은 에너지 현실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성을 무시한 에너지전환을 재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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