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文정부는 대한민국의 대주주가 아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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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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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文정부는 대한민국의 대주주가 아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군주국가의 기록은 역사 속에만 남아있지만, 민주국가의 탄생은 군주국가와 치열한 투쟁을 통해 이뤄졌다. 군주가 주권자가 돼 국정 전반을 오롯이 책임지는 국가는 누가 군주냐에 따라 그 성과에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설령 계몽군주가 지배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국민의 인권은 당연한 권리가 아닌 시혜처럼 베풀어지는 것이기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민주국가의 주권자는 국민이지만, 전체 국민이 과거의 군주처럼 하나의 통일된 의사를 가지고 국정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로 인해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민의 위임 하에 국정을 운영하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보편화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구조 때문에 민주국가에서의 국민은 주식회사의 주주처럼, 그리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정부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와 비교되곤 한다.

물론 공법인인 국가와 사법인인 사기업이 갖는 성격상의 차이가 있고, 공법상의 대표와 사법상의 대리가 법률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유사점도 크기 때문에 이러한 비교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주식회사의 경우 이른바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이 나눠지는데, 우리 정부는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오너 경영이란 결국 (오너라 일컬어지는) 대주주가 경영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군주국가에서 군주가 국정을 직접 담당한 것과 유사한 것이다. 반면에 전문경영인 체제는 경영을 담당하는 CEO가 대주주는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국가와 유사하다.

물론 오너 경영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오너의 능력과 추진력에 따라 전문경영인이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무릅쓰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성공시킬 수도 있다. 최근 LG화학에서 20여년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한 끝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의 세계 최고가 되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나, 과거 삼성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집중 투자, 이건희 회장의 스마트폰에 대한 집중 투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오너 경영의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대우 그룹의 몰락, 해태 그룹의 붕괴 등 오너 경영이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오너 경영이건 전문경영인 체제이건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세종대왕과 같이, 혹은 로마제국의 오현제 시절처럼 성공한 군주국가도 있지만, 연산군이나 폭군 네로의 경우처럼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군주국가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주국가의 경우 국민에 의해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투쟁을 통해 민주국가를 탄생시켰던 것이다.민주국가에서도 오너 경영처럼 국정을 운영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의 위험부담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주식회사의 오너처럼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민주국가의 정부에는 없다. 비유하자면 민주국가의 정부는 대주주가 아닌 전문경영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주인 국민들의 동의 없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우리 정부의 국정 운영방식은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들의 경영방식에 가깝다. 재벌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정부가 오히려 재벌들의 오너 경영과 유사하게 국정운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자기확신일 수도 있고, 뚜렷한 실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스스로를 오너처럼 느끼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결과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데만 신경쓰는 불통의 집단주의, 야당을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독선적 태도, 권한범위 밖에 있는 것까지 대못을 박겠다는 오만한 자세가 모두 이러한 오너경영의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국가의 정부는 스스로를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자각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주권자인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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