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칼럼] 한가위에 뜬 `테스형`

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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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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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칼럼] 한가위에 뜬 `테스형`
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한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21세기 대한민국의 한가위에 등장했다. 54년째 가수 활동을 해오면서 '가수황제'라는 애칭을 받은 70대의 가수 나훈아가 15년만에 선 무대인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에서 소크라테스를 형으로 지칭하는 '테스형'이라는 곡을 불러 큰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콘서트에 무료로 출연한 나훈아는 무려 6개월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난생 처음 관중 없는 소위 '언택트' 공연을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보이지도 않는 이상한 것들 때문에 절대 여기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자세로 공연에 임하여 시청률 29%라는 엄청난 대기록을 달성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쓸어버린 2020년의 대한민국 한가위 기간 중 대한민국의 TV에서 가수 나훈아만 유일하게 돋보였다는 평가다.

신곡 '테스형'의 가사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은유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 '먼저 가 저 세상에 있는' 소크라테스 형에게 절망적인 대한민국의 현실과 잃어버린 내일에 대하여 이런저런 말로 신세타령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살고 있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분위기는 지금 우리나라처럼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극심하고 개인의 윤리의식이 타락하면서 민주주의가 부패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그리스 아테네나 지금의 대한민국이나 진리를 왜곡하는 궤변가가 득세하면 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왔던 보편타당한 진리는 어느덧 사라지고 거짓말과 궤변이 성행한다. 이를 이미 오래 전에 경험한 소크라테스에게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 형의 교훈을 '툭 내뱉고 간 말'로만 보는 우리나라의 서글픈 현상을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을 노래한 것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가사 가운데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 웃음에 아픔을 묻고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면서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세월은 또 왜 저래'라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겪고 있는 허탈감과 헛웃음 나는 슬픈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처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수황제 나훈아는 이 곡을 통하여 '나 자신을 알지 못하는' 21세기 대한민국 정치지도자들의 내로남불 행태로 인하여 왜곡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를 고통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많은 지친 국민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주려고 노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황' 나훈아는 콘서트 중 우리 국민을 격려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면서 "이 나라를 지킨 분들은 바로 여러분이고 우리 국민이 1등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함으로써 이들의 공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무언으로 비판하는 거장으로서의 면모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든 권력의 위세는 대단하다. 중국 진나라의 권력자 환관 조고가 어전회의에서 황제에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겼다는 고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권력자가 겉으로는 고상한 척 하지만 뒤로는 특권을 이용하여 딴 짓하다가 탄로나면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으로 국민을 속이려 들거나 권력으로 탄압하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더 한심한 것은 이들에게 장단을 맞추는 무리들이 앵무새처럼 떠들어 온 나라가 시끄럽고 권력자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갖은 조롱과 협박 등의 테러를 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량한 국민들은 권력의 횡포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은 권력이 바뀌지 않도록 국민에게 복지, 재난지원 명목으로 대규모 세금을 살포하는 등 온갖 수단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는 '가황'의 일갈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하늘의 이치를 거장답게 표현한 발언이다.

전형적인 위정자의 예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특권계급이 되는데 성공한 내로남불의 '돼지 나폴레옹'을 들 수 있다. 나폴레옹이 거짓과 선동으로 주민들을 노예로 전락시킨 것처럼 위정자들은 경쟁력 없는 소수의 자기편을 살려 특권층으로 만들기 위해 경쟁력 있는 다른 편을 퇴출시키는 편가르기에 능숙하다. 이에 방해가 되는 시장경제의 가격 결정 과정을 무력화시키면서 자원의 최적 배분을 저해하고, 나아가 구 소련이나 동구권 국가, 베네수엘라 등 경제를 망가뜨린 사회주의 국가의 전철을 밟게하고 있다. 나라를 이러한 함정에 빠뜨리려는 위정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국민의 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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