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공정경제 3법과 `답정민주당`

김미경 정경부 기자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현장] 공정경제 3법과 `답정민주당`
김미경 정경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5월30일 여대야소의, 아니 거대여당의 21대 국회가 출범한 직후 가장 빈번하게 들린 단어는 여당의 독주, 독단, 독선이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을 보면 독주나 독단의 독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놨던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안도 야당과의 협상 이후 일부 세대에만 지급하는 선별복지로 전환하는 등 조율하고 조정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원래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이 대표의 첫 성과라는 상징물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끝까지 고집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4차 추가경정예산 심사 과정에서 예상 외로 여야가 신속하게 원만한 합의를 이뤄 사실 좀 놀랍기도 했다. 지지율 급락이라는 아픔이 민주당을 변하게 했나 싶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여야가 다시 으르렁대고는 있지만 국감 이후 입법의 시간이 도래하면 달라진 민주당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감 이후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현안을 꼽으라면 단연 공정경제 3법이라 생각한다. 상법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구성된 공정경제 3법은 대한민국 경제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파급력을 갖고 있다.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가담한 터라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빠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다.

개인적으로는 공정경제 3법의 취지와 방향성에 공감한다. 법안 면면의 세세한 조항까지 동의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특유의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바꾸는 성장통으로서의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공정경제 3법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경제계의 목소리를 이해 못하거나 배척해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7일 정치권에 공정경제 3법 등의 논의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6일 이낙연 대표와의 간담회를 가진 직후 재차 속도조절과 완급조절을 부탁한 것이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고임금·저생산성 구조가 고착됐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산업경쟁력은 위축됐다"며 "지금은 기업들이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유지에 전력해야 하는 시기다. 기업에 부담되는 법안을 보류하거나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했다.

경총뿐만 아니라 대한상공회의소도 여러 차례 정치권과 접촉하면서 경제계의 호소를 전달했다. 민주당은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공정경제 3법을 보완하겠다고 응했다. 손 회장과 만났던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더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기업계를 포함한 관련 분야의 사람들과 구체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할 것"이라며 "서로 오해가 있다면 오해는 풀어야 하고, 머잖은 시기에 구체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대화의 시간을 갖겠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보완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옳다.

하지만 이 대표가 궁극적으로 "(공정경제 3법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은 대목은 매우 아쉽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느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 식의 대화를 하는 것은 무늬만 대화일 뿐 또 다른 불통이나 마찬가지다. 공정경제 3법은 절대 안 된다는 무조건적인 반대를 수용하라는 게 아니라 반대, 비판, 조언을 귀에 담으면서 설득하거나 조율하고 조율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다. '답정민주당(답을 정하는 건 민주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공정경제 3법을 찬성하는 학자나 연구진 역시 속도조절이나 강도조절을 주문한다는 점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면 공정경제 3법은 필요하다. 공정경제 3법으로 인한 경제위축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에서 필요한 부분이 존재한다"고 했다. 다만 성 교수는 "공익재단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지분 권한을 제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문제가 되는 세부적인 항목을 보류하거나 보완해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공정경제 3법이 지향하는 바는 옳다고 생각한다"며 당위성에는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큰 틀에서 보면 공정경제 3법은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인데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 주는 노력이 더 적합하다" 고 강조했다. 이어 "조급하게 처리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서두를 필요없다"고 지적했다.

김미경 기자 the13oo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