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유명한 전문가 멘토로 활동
코드 실시간 수정 '피드백' 기능 강점
옆에 있는 듯 코드보고 프로그램 실행
B2B 공략 수익… 대기업 채용 협력도
코드 실시간 수정 '피드백' 기능 강점
옆에 있는 듯 코드보고 프로그램 실행
B2B 공략 수익… 대기업 채용 협력도
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김수인 엘리스 이사
"교육은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삶을 바꾸는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컴퓨터 비전공자나 심지어 인문학 전공자도 몇개월 만에 SW 실력을 키워 삼성전자, 카카오 같은 굴지의 기업에 개발자로 취업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온라인 소셜 코딩교육 플랫폼 기업 엘리스의 김수인(31·사진) 이사는 "내가 만든 SW(소프트웨어) 코드를 수십만명이 쓰고, 내가 개발한 콘텐츠로 누군가의 커리어가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해 정보영재의 길을 걸은 김 이사는 한성과학고를 졸업한 후 KAIST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경험한 과기정통부·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 SW마에스트로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현장의 실무적 방법론을 익혔다.
김 이사는 "산업현장에서 유명한 전문가들이 멘토로 활동하면서 실제 IT 영역에서 중요한 실무적인 개발방법과 주안점을 알려줬다"면서 "SW마에스트로는 정부 지원 교육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인 것 중 하나로 평가받는데, 좋은 인재들을 선발해서 합숙훈련을 해가면서 교육시키고 네트워크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수료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현재 SW마에스트로 멘토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2015년 11월, KAIST 대학원 AI(인공지능) 박사과정 재학 중 동료 재학생 2명과 공동으로 엘리스를 창업했다. 창업자 3명은 KAIST 전교생이 듣는 CS101이란 전산학 기초수업의 조교로 지내면서 교육, 과제, 시험 등을 관리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KAIST 교내에서 쓰이다가 엘리스 창업으로 이어졌다.
김 이사는 "수백명의 프로그램 코드 과제를 직접 실행하면서 채점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플랫폼에 학생들이 과제물을 올리면 자동 채점하고 결과를 알려주는 사이트를 개발했는데 그게 엘리스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2014년 개발한 플랫폼은 지금도 KAIST에서 쓰이고 있다. 세 사람은 한편으론 AI 박사과정을 통해 온라인을 통한 효과적인 SW 교육방법을 연구했다. 오프라인에 비해 떨어지는 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주된 연구주제였다. 이들은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플랫폼을 활용해 AI 교육사이트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예상 외로 반응이 뜨거웠다. 교육대상자 1000명을 모집했는데 3000명이 신청한 것. 김 이사는 "할 수 없이 예정했던 1000명만 선정했는데 항의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교육방식과 콘텐츠에 목말라 있고, SW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AI를 배우려는 수요는 많은데 가르치는 사람은 적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무료교육에 참가한 초등생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세 사람은 창업을 결심했다. 김 이사는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업화를 결심한 후 대전 KAIST 내에 사무실을 꾸렸다"고 말했다.
각자 프론트엔드 개발, 백엔드 개발, 경영으로 역할을 나눴다. 경영을 전담하는 김재원 씨가 CEO를 맡았다. 김 이사는 사용자들이 서비스로 접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을 맡는다. 백엔드 개발은 박정국 씨가 전담했다.
김 이사는 "1년여 간 플랫폼 고도화와 레퍼런스 확보에 집중했다"면서 "비용조달을 위해 외부 공모전, 국가 과제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18년 4월 아마존 AWS AI챌린지 우수상, 2019년 9월에는 이러닝 우수기업 콘테스트(교육부 주최) 서비스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엘리스 플랫폼의 강점은 AI를 활용한 학습 성취도 모니터링과 라이브 스트리밍, 코딩 기술을 통해 비전공자도 코딩을 배워 실력을 키우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강의 영상 시청, 강의자료 열람, 코딩 실습, 질의응답 등 학습을 위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는 개인 대상 B2C 서비스에서 시작해 기업을 위한 B2B로도 확장했다. 서비스가 빠르게 커지자 2017년, 개발자 채용이 더 쉬운 서울로 사무실을 옮겼다. 지금 회사는 30명 규모로 커졌다. 라이브 스트리밍과 녹화강의를 병행하며 파이썬, 자바, 데이터베이스 등 비대면 코딩교육을 제공한다. 한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코드 실시간 수정 등 피드백 기능을 통해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코드를 보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가르쳐주는 게 특징이다.
김 이사는 "전산학적 사고를 배우는 게 핵심"이라면서 "컴퓨터에 어떤 식으로 일을 시키면 되는지를 이해하면, 누구나 이전에는 할 수 없던 방식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의 효과는 놀랍다. 6개월 집중교육 방식의 부트캠프도 1년에 두번 진행하는데, AI 강의에 참가한 한 언어학과 졸업자는 과정을 마친 후 카카오에 AI 개발자로 취업하기도 했다. 한 기업 재직자는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었는데, 엘리스의 데이터 분석 수업을 들은 후 실제 업무에서 활용해 보고, 이후 사내 데이터분석가로 업무를 옮겼다.
회사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B2B 교육이 입소문을 타면서 작년에 특히 크게 성장했다. 1000명, 1만명 단위 교육을 하면서 사업이 안정화되고, 자체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는 비대면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을 도입하고, 기존 교육기업들과 활발하게 협업하며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SK, LG 등 50여 개 대기업 계열사에 코딩 교육을 제공했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표 기업들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수강생들을 위한 채용협력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교육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자체 교육 플랫폼을 PaaS(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 형태로 공급하기도 한다. 엘리스가 개발한 PaaS는 삼성, 멀티캠퍼스, 하나금융티아이, SK네트웍스, 현대모비스, 서울대학교 등 국내 대학과 기업에 적용돼 자체 인력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원격 코딩교육을 무료로 제공해 6600여 명이 코딩 필수과목을 이수하기도 했다. 젊은 창업자들의 시야는 국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미국 MIT에서 플랫폼을 시범 운영하는 데 이어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김 이사는 "교육열이 뜨겁고 이제 막 프로그래밍 교육 시장이 생기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라 면서 "10여 개 교육기업들과 협력해 그들의 네트워크와 고객관리 노하우에 우리 콘텐츠와 플랫폼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K에듀케이션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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