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톱클래스 기술확보 올인… 세계적인 AI엔진 기업으로 자리매김"

전체비용 60~70% AI 투자 … 대화·초개인화 기술로 승부
정교한 이해력 '문서독해' 등 응용분야 폭발적인 성장할 것
시장 급속히 커지는 단계… 경쟁보다 파이 키우는 데 집중
채용부터 회의방식까지 혁신기업 걸맞는 기업문화 만들겠다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톱클래스 기술확보 올인… 세계적인 AI엔진 기업으로 자리매김"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17.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AI(인공지능) 기술벤처 스켈터랩스의 조원규 대표는 최근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AI 붐이 낯설지 않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석·박사과정에서 AI를 전공한 그는 대학원 시절 전 세계를 휩쓴 AI 1차 전성기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그러나 당시 AI 열풍은 컴퓨팅 성능과 기술 완성도, 데이터 부족 문제가 겹치면서 급격히 식었다.

열광이 사라지자 긴 암흑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2016년 알파고 쇼크가 세계를 다시 깨웠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컴퓨팅 성능과 높아진 AI 기술 수준, 풍부해진 데이터가 또 한번의 AI 전성기를 뒷받침했다.

긴 암흑기 동안 조 대표는 줄곧 창업 현장을 뛰었다. 벤처란 개념조차 낯설던 1993년 학교 선배들과 새롬기술을 창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다이얼패드를 설립하면서 벤처 성공신화를 썼다. 이어 구글코리아 연구개발 대표로 한국으로 돌아와 7년간 구글의 기술철학을 익힌 그는 2015년 세상을 바꾸는 AI시대를 현장에서 열겠다는 각오로 스켈터랩스를 창업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조 대표는 "처음부터 목표는 세계 시장이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계 톱클래스 기술 확보에 집중해 왔다. 지난 5년간 기술 내공을 완성해 왔다면 올해부터는 결실을 거둘 것"이라 면서 "한국과 일본 시장을 동시에 개척하고, 세계적인 AI 엔진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혁신으로 세계 최고 기술 만들 것"=조원규 대표의 지향점은 철저히 글로벌과 세계 최고에 맞춰져 있다. 그는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확신은 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 선두급 기술을 계속 만들고 유지할 수 있으면 나머지는 다 따라온다는 것"이라 면서 "계속 첨단기술을 만들고 기술로 인정받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벤처 개념이 아직 없던 시절, 창업에 도전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막연하게 같은 길을 꿈꾸다 박사과정 중이던 1993년 새롬기술을 공동 창업한 그는 지금도 계속 꿈을 꾼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창업에 도전해온 그가 창업기업이 아닌 회사를 다닌 것은 구글이 유일하다. 조 대표는 "해보니 벤처가 잘 맞았다. 세상을 바꾸는 것이 재미 있었고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AI 1차 전성기 거쳐 암흑기 경험=조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AI를 전공할 당시 AI 1차 전성기를 눈으로 목격했다. AI의 개념은 컴퓨터가 생기면서부터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잘 구현되지 않다, KAIST 석사과정 당시 인기가 급상승했다.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실제로 유용한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한 덕분이다.

조 대표는 "석사과정 중이던 당시에는 문자인식과 음성인식이 화두였다. 인공신경망과 딥러닝의 개념이 새로 나왔는데, 패턴인식을 통해 문제를 푸는 획기적인 방법이 등장하면서 당시 학계가 난리가 났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이 몰리고 기업들의 관심도 치솟았다. 그러다 컴퓨팅 성능이 연산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에는 지금 휴대폰 수준보다 못한 컴퓨터가 집채만 했다. AI 알고리즘도 정교하지 못하고 단순했다. 연산량이 제한되고 알고리즘도 부족한 데다 학습을 시킬 데이터도 부족했다. 그러면서 AI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이후 닷컴버블마저 붕괴하면서 컴퓨터 학과가 정원미달 사태를 빚는 암흑기가 201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한국 AI 실력 급성장…글로벌 기술경쟁 해볼 만=오랜 기간 등한시 해 온 AI가 다시 화두가 된 것은 길어야 4~5년이다. 그만큼 한국의 기술발전 속도는 경이롭다는 게 조 대표의 평가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AI 기술 수준이 바닥이었고 영원히 못 쫓아갈 것 같았는데 인식이 바뀌니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해 최근 기술격차를 많이 좁혔다"면서 "경쟁력 있는 AI 기술기업이 별로 없었는데 최근 스타트업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확실히 2~3년 후 부터는 AI 기술기업들이 늘어나고, 해외 진출사례들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스켈터랩스를 AI기업이라기 보다 기술회사로 소개한다. AI 없는 기술은 의미가 없어진 시대에, AI는 당연히 해야 하는 기술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AI라는 간판을 단 회사가 많은 게 중요하지 않다. 원천기술에 투자하고 승부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면서 "전체 비용의 50% 이상을 기술에 투자하는 회사는 국내에 많지 않은 게 현실인데 우린 60~70%를 투자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경쟁사가 없어 보인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그는 "AI기업들과 경쟁하기보다 그들에게 AI 엔진기술을 주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진정한 의미의 기술회사 만들겠다"=조 대표는 구글에 몸담은 게 좋은 경험이 됐다고 밝힌다. 구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AI기업이라고 그는 말한다. AI로 브랜딩을 안 했을 뿐이지 검색부터 철저히 자동화와 AI로 구현해 사람의 개입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구글은 출발부터 병적일 만큼 알고리즘에 집중한 끝에 세계 최고 AI 회사가 됐다. 구글에 몸담고 있으면서 나도 기술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7년간의 구글 생활을 접고 나오던 2014년은 알파고 충격 이전이었다. 그는 핵심기술로 세계 어디 가서도 견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2015년 11월 스켈터랩스를 창업했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 2명, 새롬기술 창업 파트너였던 안현덕 COO(최고운영책임자)가 함께 했다. 5년 만에 회사는 약 70명 규모로 커졌다.

◇대화기술과 초개인화 기술로 승부=회사는 4~5년간 여러 시도를 한 끝에 두 가지 기술로 범위를 좁혔다. 대화기술과 초개인화 기술이다. 대화기술은 음성과 문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처럼 대화하는 기술로, 챗봇, 음성인식, 음성합성, 기계독해 엔진이 핵심이다. 회사는 위의 기술엔진을 바탕으로 'AIQ 토크'라는 솔루션 시리즈를 내놨다. 최근 의도인식, 의도분류 등 기술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면서 음성인식과 챗봇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게 조 대표의 얘기다.

단순한 말만 알아듣던 것에서 훨씬 정교한 이해력을 갖춘 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것. 그는 "오늘의 날씨를 묻는 방법만 해도 '오늘 날씨 어때', '날씨 어때', '오늘 맑아?', '오늘 비와?' 등 수천가지에 달하는데 그동안의 챗봇은 미리 경우의 수를 다 입력해 놓고 답하는 방식이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조금만 다르게 물어보면 못 알아듣기 일쑤였다"고 설명했다. 의도인식과 의도분류 기술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규칙을 미리 다 정해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도록 해 준다. 이 기술이 적용된 솔루션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면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게 조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특히 새로운 의도인식 기술을 통해 AI가 말귀를 알아듣는 수준이 확실히 차별화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기계독해 분야에서는 우리가 국내 최고"라고 말했다. 기계독해를 적용하면 법률문서를 컴퓨터에게 학습시켜 답을 찾도록 하거나, 고객약관, 의약품 용법 등을 AI가 익혀서 사람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다. 이제 개척기인 기계독해 분야에서 확실한 효과를 입증해서 성장기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1~2년 내 AI 응용분야 폭발적으로 늘 것"=챗봇 분야도 기술적 도약기를 맞았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동안 고객센터 상담사가 주로 챗봇을 썼다면 앞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적용분야가 생길 것이라는 것. 그는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다. 없던 세상과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 면서 "이제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는 시대가 됐다. 공장의 기계를 켜고 끄는 것부터 곳곳에 음성인식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면이 있으면 키보드가 있듯이 TV, 키오스크, 자동차 등에 당연히 음성인식이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5년 후 음성인식은 어디에도 적용되는 당연한 기술이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1~2년 동안 응용분야가 폭발적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초개인화는 매출효과가 가장 명확한 AI 기술"=회사가 파고드는 또 하나의 기술 키워드는 초개인화다. 조 대표는 "넷플릭스가 가입자의 평소 취향을 분석해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 게 개인화라면, 초개인화는 서로 다른 서비스를 넘나들고 일상생활 영역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집이 옥수동, 회사는 성수동이고 평소 9시 출근해 7시 퇴근한다는 정보를 알면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많아진다. 그 사람이 무슨 영화를 보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면 알고리즘이 더 정밀한 추천을 할 수 있게 된다. 스켈터렙스는 두 가지 초개인화 기술에 집중한다. 하나는 개인화의 학습 또는 응용분야를 삶으로 확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언제 어떤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스팸으로 안 느껴지도록 그가 필요로 할 때 진짜 유용하게 주는 기술이다.

조 대표는 "예를 들어 손세정제를 살 의사가 없는데 관련 정보를 자꾸 보내면 스팸이다. 그런데 진짜 필요할 때는 유용한 정보"라면서 "현재의 상황과 관심을 AI로 잘 판단해서 스팸으로 느낄 확률을 줄여주는 게 AI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개인화는 AI 영역 안에서도 매출효과가 가장 명확한 분야"라면서 "특히 애드테크와 마케팅 분야에서 수요가 큰데 최근 POC(기술검증)를 활발하게 하고 있고 몇 곳은 계약 단계"라고 밝혔다.

◇"이제 사업화 결실 거두기 시작할 때"=올 초까교도지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결실을 만들어 가겠다는 게 조 대표의 각오다. 회사는 그동안 시리즈A, B 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술 개발에 쏟아부었다. 올해부터 상품 브랜드를 완성하고 마케팅과 영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매출 성과가 하나둘씩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성장가도가 기대된다. 그 과정에서 경쟁보다는 함께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시장규모가 100에서 1만으로 커지는 단계인데 어떤 회사도 혼자 수요를 다 소화할 수 없다. 결국 톱클래스 기업들이 분야와 시장을 나눠 가질 것"이라 면서 "경쟁사가 음성인식을 잘 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만큼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기회를 잡느냐의 문제"라면서 "중요한 것은 선두그룹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우린 그렇다"고 단언했다.

◇"내년 글로벌 진출 원년…일본서 먼저 승부 볼 것"=출발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한 회사는 미국, 유럽, 일본에서 SaaS(SW서비스)나 패키지 솔루션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그는 "현지에서 실력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설치방식 모두 공급할 것"이라 면서 "1순위로 보는 시장은 일본인데, 시장규모가 크면서도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낸 기술기업이 많지 않은 게 일본 시장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외국 기업이 성공하는 게 힘들고, 한번 거래를 만드는 데 오래 걸리지만 일단 관계가 맺어지면 오래 간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대화기술 분야에서 뚜렷한 승자가 없다. 일본에서 대화기술로 성공한 후 동남아로 확장할 계획이다. AI기술은 특성상 언어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쓰는 시장에 진출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좋은 파트너를 찾아 엔진기술을 주고, 함께 기회를 발굴하는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업문화'=조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일은 혁신기업에 걸맞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혁신에 대한 자극이 있고 구성원들이 혁신에 대한 욕망을 가지면서 잘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춘 조직을 만드는 게 혁신기업의 조건이란 판단이다. 이를 위해, 채용부터 회의방식까지 스켈터랩스만의 방식을 고집한다. 특히 채용과정이 철저하고 까다롭다.

조 대표는 "기술회사의 핵심은 기술인력인데, 그들 간에 실력편차가 있으면 핵심 기술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정원을 정해놓지 않고 커트라인을 높게 해서 통과하면 무조건 채용하고, 아무리 급해도 그런 인물이 없으면 안 뽑는다"고 말했다.

회사 인테리어와 회의방식도 이런저런 변화를 주고 아예 회의를 없애 보기도 한다. 또 철저히 자율적인 문화를 고집한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일주일 내내 출근을 안 해도 된다. 일의 결과만 내면 된다. 대신 성과평가는 엄격하게 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회사 내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규정한 것 외에는 다 허용된다"면서 "그래야 자율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