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난맥 원인 규제로 꼽아
30% "노동규제 개선 가장 시급"
"사내유보금 과세 재논의·완화를"
30% "노동규제 개선 가장 시급"
"사내유보금 과세 재논의·완화를"
경제전문가 50人 설문
경제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난맥상의 뿌리를 '규제'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만한 규제개선이 없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디지털타임스가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7일 간 국내 대학 경제학 교수, 국책·민간 경제연구기관 연구위원, 금융권 임원 등 경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해 긴급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기업의 투자환경과 규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30%,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는 54%였다. 반면 조금 개선됐다는 평가는 16%에 그쳤고, 예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는 아예 없었다.
기업 규제 중에서는 노동규제와 자본시장 규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가장 개선이 시급한 규제로 주 52시간 근무제와 노동유연성 등 노동 규제(30%), 금융산업 등 자본시장 규제(28%), 융복합 신제품 등 신산업·서비스 분야 규제(18%), 부동산 규제(10%), 디지털 데이터 활용 규제(6%), 수도권 공장 입지 등 설비투자 분야 규제(2%), 법인세 등 각종 기업 관련 세제 규제(2%) 순으로 꼽았다. 전방위적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기타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여당이 올해 정기국회 핵심과제로 꼽고 있는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큰 우려를 표명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일각에서도 동조하는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 가운데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12%뿐이다. 88%는 공정경제3법을 더 심도 있게 논의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계와 심도 있는 대화를 거쳐 합의점을 마련한 뒤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40%로 가장 많았고, 현 경제상황을 고려해 내년 이후로 논의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26%로 뒤를 이었다. 당장 공정경제 3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22%나 됐다.
공정경제 3법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과거 론스타 먹튀나 엘리엇 등 외국계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공격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상법 개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16%였다. 재계와 논의해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7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기업 총수 등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막고, 독립적인 투명경영 환경을 만들려면 상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은 10%에 그쳤다.
공정경제 3법 외에도 정부가 내년부터 소위 '가족기업'이라 불리는 개인 유사법인의 사내 유보금을 배당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유보소득세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경기상황을 고려해 차기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거나(44%), 유보소득세를 도입하되 규정을 더 완화해야 한다(34%)고 지적했다. 유보소득세 도입을 절대 반대한다는 의견도 22% 있었으나, 공평 과세 차원에서 유보소득세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규제혁신을 꼽은 전문가가 26%로 가장 많았고, 내수침체·소비부진을 해결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22% 있었다. 이밖에 투자환경 조성과 신산업 육성(14%), 부동산 시장 안정(10%), 저출산 고령화 인구대책(6%), 코로나19 방역(6%), 재정 건정성 개선(4%), 양질의 일자리 창출(4%), 북한·일본·미국 등 대외 외교현안 해결(4%)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기타로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집중된 가계와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비효율적인 경제정책을 펼 바에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Q.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에관한법률 등 정부의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재계 우려가 높습니다. 재계는 '규제3법'이라고 할 만큼, 정상적 기업경영을 위축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국회 통과만 남겨놓은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가뜩이나 코로나19로 기업 경영이 어려운데 당장 3법을 폐지해야 한다. / 11명(22%)
②지금은 경제상황이 악화하고 있으니 내년 이후 국회로 3법 논의를 미뤄야 한다. / 13명(26%)
③경제계와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마련해 재추진해야 한다. / 20명(40%)
④3법은 재벌기업의 폐해를 막고, 시장 공정거래 질서를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 통과해야 한다. / 6명(12%)
Q. 공정경제 3법 가운데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과거 론스타 먹튀나 엘리엇 등 외국계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높습니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개정안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 / 8명(16%)
②재계와 재논의해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 / 36명(72%)
③기업 총수 등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막고, 독립 투명 경영을 위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 5명(10%)
④기타 ( 자본시장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판단됨. ) / 1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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