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모와 매출액 '반비례'
법 위반땐 입증 책임 등 부담
스타트업 규제장벽 될수도
법 위반땐 입증 책임 등 부담
스타트업 규제장벽 될수도
연합뉴스
공정위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두고,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되레 "역차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거대 온라인플랫폼은 물론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소규모 플랫폼까지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은 법 적용 대상을 입점 업체와 소비자 간 상품·용역 등 '거래의 개시'를 알선하는 플랫폼으로 명시했다. 또 플랫폼 사업자 가운데 매출액이나 중개거래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사업자에게만 적용키로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이란 매출액 100억원 이내,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내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이라는 전제도 달았다. 공정위는 세부적 금액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할 방침이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경우에 따라 매출이 100억원에 이르지 않는 플랫폼이라 하더라도 업태의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가 생길 수 있다"며 "이는 차별화해 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매출액 100억원 이내'로 설정한 법 적용 기준을 문제 삼는다. 시장에 진입하려는 플랫폼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규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매출액 100억원 기준이 커 보이지만, 실제 스타트업에 대한 시리즈A급 투자는 대부분 50억원에서 100억원 수준"이라며 "네트워크 효과 등을 고려하면 기업 규모보다 매출액이 클 수도 있는 게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다른 온라인 스타트업 관계자는 "매출액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을 정하면 규제 대상도 넓어질 것"이라며 "법을 위반했을 때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소규모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와 별개로 법안의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계약서에 주요 사항을 의무적으로 명시토록 했다. 이를테면 '재화 등의 정보가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방식 및 노출 순서 결정 기준' 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같은 정보를 '영업 비밀'이라는 명분으로 공개하지 않았던 네이버와 구글 등 거대 플랫폼이 원칙적 수준에서만 공개한다면 실질 규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법안은 노출 순서에 대한 알고리즘까지는 공개토록 요구하지 않는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노출 순서를 공개하라는 것은 지금까지 각 플랫폼별로 어떻게 영업해왔는지 낱낱이 공개하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이를 쉽게 받아들일 플랫폼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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