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수시기관은 월북 정황증거 찾지 못한다고 해…정부·여당이 월북시도자로 희생자 매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시간은 너무 일러서도 안 되며 너무 늦어서도 안 되는 단 한번의 단호한 결정을 위한 고심의 시간"이라며 "어업지도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관련 회의를 주재하는 일련의 과정은 바로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한반도를 대결구도로 되돌아가게 하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안보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고심하는 지점은 '위기관리'일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 상황을 돌아보겠다. (언론들이) 마치 우리 군의 코앞에서 일어난 일처럼,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간주하고 비판보도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바다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북한 해역, 우리가 볼 수 없고 들어갈 수도 없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토막 난 첩보들을 확인하는 과정들을 열거하면서 시간이 소요됐음을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우리 군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멀리 북한 해역에서 불꽃이 감시 장비에 관측됐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 통화하듯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토막토막의 '첩보'만이 존재했던 상황"이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첩보들이) 사실로 판단될 경우 국민들에게 그대로 밝히고 북한에게도 필요한 절차를 구할 것을 지시했다"며 "충분한 사실관계가 확인이 되어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히는 한편 북측의 사과를 받아내고, 재발방지를 약속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지도자가 특정 이슈에 관해 남측에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도움되는 조치라고 평가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난 목함지뢰 사건의 후속조치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해 북한의 유감 표명을 끌어냈을 당시 보수성향 매체들의 반응을 예로 들면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강 대변인은 "언론 탓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남북이 냉전과 대결구도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 같은 주장이 서슴지 않고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 우려스러워서"라면서 "대통령께서 오늘 수보회의 모두 말씀에서 유족에게 위로를 보내면서 강조하셨듯이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정부는 송구한 마음이다. 하지만 강한 안보는 물론이고, 그래서 더욱 평화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공무원 피살·소각 사건의 유족들은 "정부와 여당이 희생자를 월북시도자로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사실관계확인을 위해 긴 시간을 들였다고 했음에도 기본적인 월북 시도 여부조차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 이래진 씨는 "해경 등 수사 기관에서는 수사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해서, (동생이 월북을 했다는) 아무런 정황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그렇게 말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이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매도하고 몰아간다면, 심각한 대국민 기만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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