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기업 손발 다 자르는 `한국판 뉴딜`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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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기업 손발 다 자르는 `한국판 뉴딜`
최경섭 ICT과학부장
"규제완화요? 정부가 기업들 그냥 내버려두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한 기업인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도와줘야 할 일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 노령의 CEO(최고경영자)는 아예 손사래를 치면서 말을 막았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까지 동원했지만, 정부나 정치권에 기대하는 바도, 또 미련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80년대부터 기업을 경영해온 한 기업인은 "수십년간 기업을 경영해 왔지만, 현 정부처럼 기업에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낸 정권은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현 정부가 유난스러울 정도로 반 기업적인 정서에 함몰돼 있다는 사실에는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국내 주요 대기업을 타파해야 할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대한민국 경제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은 혁파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됐고, 반면 덜 가진 중소기업은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편가르기를 확신히 해 왔다.

문 대통령의 '기업 적폐' 정책의 기조는 '소득주도성장' 정책하에서 그대로 표면화 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가 3년 넘게 추진되면서,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갑작스럽고 강도높게 진행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우군으로 여겼던 중소기업으로 부터도 외면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권 초기,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기업의 법인세를 전격적으로 인상한 것도 기업이 정부에 등을 돌린 주된 이유가 됐다. 당시 미국, 일본은 물론 유럽내 주요 국가들이 경제회복을 위해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낮춘데 반해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인상하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24.2%이던 법인세율은 올해 27.5%로 높아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회원국중 19위에서 4년 사이에 9위로 급상승했다.

앞에서는 규제혁파를 약속하고, 뒤에서는 기업들의 손과 발을 옥죄는 이중적인 행태도, 기업의 울분을 사고 있다. 차기 유력 대권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의 성공에도, 신산업 육성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지원하고, 또 한편으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면서 기업을 위한 과감한 규제혁신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나온지 불과 며칠만에, 국회에서는 기업의 자율경영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는 '공정경제 3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업들은 공정경쟁 3법 처리로,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이 전면 시행될 경우, 해외펀드나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경영권 개입으로 기업경영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속고발권 폐지, 자회사의 의무지분율을 상향하는 조치도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추가 지분확보에 수십조원이 소요되고 기업들이 빈번한 소송전에 휘둘릴 수 있는 중대사안이지만, 기업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잇따라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고 나섰지만, 기업들에 가혹한 부담이 된다는 기업인들의 주장에 정치권은 아예 귀를 닫아버렸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들이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은 수출선이 반토막 났고, 영세 중소기업들은 내수 위축으로 이미 감원과 폐업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신음하는 '난리통'에 정부와 정치권은 '공정경쟁'이란 미명하에 또 기업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왜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이 코로나 위기가 한창인 지금, 기업들을 또 위기속으로 내 몰려 하는지, 기업인들은 답답할 뿐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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