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코로나·최장 장마·연속 태풍… 기후변화 국민인식 터닝포인트 원년"

기후변화는 생존의 문제… 정부, 스마트한 규제 실패로 시간낭비하고 있어
규제가 스마트해야 기업도 새 혁신아이템 불러 일으켜 선순환 효과 유발
피할 수 없으면 먼저 행동해야 … 일자리·에너지 전환 엄청난 기회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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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코로나·최장 장마·연속 태풍… 기후변화 국민인식 터닝포인트 원년"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여러모로 2020년은 묵시록적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최장 장마로 인한 폭우와 홍수, 미국 서부와 호주의 기록적인 산불, 40도에 육박하는 시베리아 북극권의 기온상승, 연속된 태풍 내습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가쁘다. 이 모든 현상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인(根因)은 역시 기후변화다. 이제 기후변화가 긴박하고 현존하는 위기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해법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종국에는 기후변화의 방아쇠가 되는 온실기체(이산화탄소)를 감축해야 한다는 데로 모아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류가 지난 200년 동안 의존해온 화석에너지 경제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아젠다를 연구하고 설계하는 일이 환경경제학자들의 몫이다. 30여년 지속가능발전을 천착해온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을 만나 정부와 산업계, 시장참여자로서 국민 개개인이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지 들었다.

홍 교수는 환경 이슈에서 '정통적' 입장을 견지하는 학자로 알려진 대로 일성이 남은 시간은 길어야 12년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산업혁명 후 지난 200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는데, 앞으로 0.5도가 더 오르면 회복력을 상실하는 임계점을 지날 것"이라며 "앞으로 짧게는 7년 길게는 12년의 시간이 남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현재와 같이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경제를 바꾸지 않으면 기후 뿐 아니라 지구식생과 농업생산량 등 전반적 지구생태시스템이 비극적 미래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재생에너지경제로 이행하는 것은 이제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닙니다.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미세먼지, 수질오염, 대기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는 차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인류가 과연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부의 리더십입니다. 그것은 '스마트한 규제'입니다. 정부가 규제정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산업과 경제의 지형이 친(親) 기후적으로 바뀌고 기후위기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해 번영을 누릴 수 있느냐가 결정됩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홍 교수는 우리 정부의 스마트하지 못한 대표적 실책 중 하나가 '탈원전'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이란 표현을 전략적으로 잘못 썼다"며 "정부가 탈원전을 외치지만 앞으로 4~5년 내에 원전 4기가 추가로 건설돼 가동에 들어가는 등 향후 60년 이상 원전 시대를 살아야 한다"고 했다. 정책에 잘못된 프레임을 씌워 스스로 국민들의 저항에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점진적 탈원전을 지지하는 학자로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급한 원전폐기물 처리를 방치하고 있는 정치권을 질책했다.

홍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정책에서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사업자가 모든 민원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도장을 받아오라고만 한다"고 했다. 덴마크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의 민원을 '원스톱샵'에서 모두 해결한다며 정부에 톱에서 말단까지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에너지전환에 동력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에 희망의 빛이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19와 폭우 등 기후변화를 체감하면서 국민들 개개인이 이전보다 더 자주 더 많이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인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에 깊은 지식과 지혜, 무엇보다 윤리적 무장을 한 젊은 인재들이 진출하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실에서 가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습니까.

"인간의 경제활동이 기후변화를 야기했고, 그 결과가 지금과 같은 전 세계적 전염병의 빈도도 늘어나고 강도가 세지는 연결고리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경제활동과 기후변화와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은 복잡합니다. 학제적 연구를 해야 하는데, 관련 문헌들을 보면 코로나19 이전에도 기후변화가 벡터본디지즈(Vector-Borne Disease; DVBD 동물매개전염병)로서 동물이 매개가 된 전염병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말라리아지요.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기잖아요. 사스는 아직 어느 동물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박쥐일 것이라 보고 있고, 조류독감은 새고요. 이런 동물에 숨어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오는 건데, 기후가 변화하니까 동물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살 수 있는 기간도 길어졌어요. 그러면 동물과 인간의 접촉면이 넓어집니다. 그렇게 연결고리를 찾아갈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학계에서는 상당 부분 코로나19 이전에도 보건학이나 의학 쪽에서 수용되는 설명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기후변화는 막대한 비용문제인데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전통적인 환경규제는 결국 생산비용을 늘려서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거였습니다. 전통적으로 실증된 연구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규제하느냐? 그만큼 규제를 통해 삶의 질이 올라가고 환경이 개선되니까 한다는 주장이었어요."

-비용 지출을 기업이나 정부의 책임으로 보았던 겁니까.

"그런데 마이클 포터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 그게 아니라고 했어요. 기업들 중에는 정부가 규제를 하면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 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응을 해 환경규제를 기업 혁신의 계기로 삼는 경우가 생겼어요. 그래서 환경규제는 기업의 혁신을 불러오고 그 혁신은 생산성을 올려서 경쟁력의 강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 후 학계는 국가별 산업별 연구를 계속 해왔습니다. 결과는 포터 교수의 주장이 맞는 경와 그렇지 않는 경우로 나뉘었어요. 여기서 전제가 되는 것이 있어요. 규제가 '스마트해야 한다'는 겁니다. 강압적 규제가 아니고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혁신 아이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마트한 규제일 경우에 선순환 효과가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환경도 좋아지고 기업도 혁신해서 새로운 기술도 나오고 그걸로 무장해서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정부가 스마트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최장기 장마, 연속 발생한 강한 태풍 등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을 것 같아요.

"제가 1989년 박사과정 첫 학기 수업 때만 해도 기후변화가 아니고 지구온난화라고 했어요. 지구온난화에 대한 학제간 세미나였는데, 지금은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잘 안 써요. 지구온난화는 지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만 나타낼 뿐, 그 결과 발생하는 다양한 기상이변에 대한 함의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좀 더 명확한 의미로 기후변화라는 말을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가 너무나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서 기후위기라고 부르는 추세죠."

-그때만 해도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원인 추적이 미진했던 건가요.

"지구 환경 시스템을 기후 변화로 접근하는 것은 굉장히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그때 대한민국 경제학과에서 환경경제니 지구니 하는 주제는 다룬 적이 없었으니까요. 세미나에 들어갔더니 학자들 사이에서 지구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시뮬레이션을 하더라고요. 94년에 귀국했는데 그때만 해도 국내는 환경문제, 기후변화 문제는 여론의 변방이었지요.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이 목소리를 냈지만요. 가끔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여론이 집중 보도하는 정도였어요. 가령 낙동강 페놀 사건이라든가, 보전과 개발이 충돌하는 새만금 등 몇 가지 사안들이 일어나면 여론이 쫑긋하다 이내 꺼지고그랬습니다. 그러다가 중요한 전기가 된 것이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라고 생각해요. 미세먼지가 4~5년 전부터 심각해지면서 '아 환경문제가 나의 일상생활, 경제활동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미세먼지 문제는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심하긴 해도 전국에 걸친 문제라서 어떤 지역에 산다고, 소득이 많다고 온전히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니까요."

-기후변화가 긴박하고 현존하는 인류 공통의 문제로 부상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환경 이슈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한데, 건강 이슈는 관심이 최고입니다. 물 문제도 먹는 물에 오염이란 말이 연관되면 관심이 정말 뜨거워지지요. 낙동강 페놀 이슈도 수돗물이 오염됐기 때문에 이슈가 된 거였어요. 기후변화도 올해처럼 일반인들의 관심 대상이 된 적이 없었는데, 최장 54일 장마에 920mm의 비가 왔어요. 이게 역대 장마 중 두 번째로 많은 강수량이거든요. 올해가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 인식의 터닝포인트가 된 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기후변화가 나 자신, 우리 갖고의 일상생활을 위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인식이 생기면서 주류 이슈가 되는 원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어제(15일) 환경부가 제3차(2021∼2025) 국가 탄소 배출권 할당계획 확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는데, 외부사업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 경우 배출권을 추가로 늘려 받을 수 있는 비율을 10%에서 5%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기업들은 추가 부담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배출권 거래제는 애초 이명박 정부 때 하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두 번 연기됐습니다. 2009년에서 2012년으로 연기됐고 결국 2015년에 시작됐어요. 6년이 연기가 된 거지요. 처음 논의할 때 전경련 같은 데서는 기업 부담이 20조원이나 돼 기업들 다 망한다는 말까지 했어요. 보고서도 많이 내고요. 그런데 지금 그렇게 가고 있나요? "

-기업들이 비용 회피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우리나라 산업계가 좀 늦게 깨닫는 것이 사실이에요. 너무 방어적이고요. 배출권 거래제가 2015년에 시작됐는데 벌과금을 무겁게 매긴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거래활성화가 일어나지 않는 점은 아쉬운데, 배출권 거래제 자체를 스마트하게 개선할 여지는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처음 시작한 국가군은 EU(유럽연합)인데 2000년대 중반에 시작해 벌써 15년 정도 해오고 있어요. EU는 전력 부문은 100% 유상할당입니다. 엄청난 변화인거예요. 한국은 내년부터 3기가 시작되는데, 유상할당 비율이 현재의 3%에서 1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것들이 기업을 비용 측면에서는 힘들게 하겠지요."

-EU에 비교해 낮은 편인데 우리 기업이 감내할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배출감축 효과는 경제 이론상 유상할당을 100%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 교과서적 접근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탄소나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고안해낸 가장 효과적인 제도는 두 가지입니다.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예요. 이 두 가지가 다 장단점이 있고 난형난제예요. 이론적으로 동일한 오염저감 효과를 가져오지만, 실제 결과는 다르고 , 국가별로 지역별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요. 탄소세의 경우는 기업뿐 아니라 수송, 건물 등 소비자들에게도 직접 적용돼 비용부담의 저변을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제도입니다. 세율을 높게 안 하더라도 워낙 세원이 넓기 때문에 모든 경제주체에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데 효과적이지요. 이명박 정부에서 산업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굳이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거래제라는 여론이 높았어요. '세금'이란 선입견도 작용했었다고 봐요."

-규제 수용성은 많이 높아졌나요.

"이제는 단순히 규제로 볼 것이 아닙니다. 무역규범으로 도입될 태세거든요.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미세먼지, 수질오염, 대기오염을 방지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고 기업들이 먹고사는 문제로 급격히 옮아가고 있어요. 스마트한 규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 어떻게 기업들이 대응하느냐에 규제정책과 산업의 성패가 달려있어요. 어찌됐든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주요 주체는 기업이고 시장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에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4대강 기획위원장을 맡으셨다 사퇴했는데, 4대강 보 해체와 관련한 이견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수님은 강의 재(再)자연화를 주장해왔는데요.

"저로서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금강(세종보 공부보 백제보) 영산강(승촌보 죽산보) 5개 보에 대한 처리방안을 학술적으로 검증해서 결과를 (정부에) 내달라 했기 때문에 제가 그 결과까지 낸 거고요, 그 다음에 추진 주체는 청와대와 환경부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 기대를 했어요. 안이 매우 구체적이었으니까요."

-정부가 도출된 안을 이행하지 않았나요.

"현재까지는 이행하지 않고 있는 셈이죠. 원래 우리가 보고서로 제안한 것과 그 뒤에 진행방식이 달랐고 실망을 많이 해서 더 이상 의미가 없겠다 생각하고 그만 둔 겁니다. 대선 공약(4대강사업 재검토 후 보 해체)이었고 정부가 하겠다고 해서 책임 있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재까지는 되지 않고 있는 거죠"

-B/C(비용편익)분석을 하신 걸로 아는데, 해체하는 것이 편익이 컸나요.

"정확하게는 2개는 완전 해체하고 하나는 부분해체하는 거였어요. 그 하나가 공주보인데 보 위로 차가 다니는 다리역할을 합니다. 하루 3500대 차가 다니는 길이 되었어요.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으니 도로는 놔두고, 공법상 가능하니까 아래에 있는 보는 없앤다는 안입니다. 그러니까 완전해체 2(세종보 죽산보) : 부분 해체 1(공주보) : 유지 2(백제보 승촌보)이지요. 나머지 두 개는 B/C 값도 그렇고 여러 가지 데이터의 부족도 있으니까 일단 개방해서 더 관찰하도록 하고 나머지 2개는 해체하는 걸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교수님도 연구 분석에 참여했습니까.

"여기서 제가 꼭 밝히고 싶은 것은, 저는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위원장이었고, 이명박 정부 때부터 4대강 사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히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낮다는 사업이라는 주장을 했어요. 한반도 대운하,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을 일관되게 반대해왔기 때문에 제가 만약 연구를 주도한다면,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죠. 이게 얼마나 정치적인 사안입니까, 결론은 정해져 있었던 거 아니냐 하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B/C값을 낸 전문가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아주대 경제학부의 교수 두 분입니다. 두 분 다 환경경제학자가 아닙니다. B/C분석을 잘 하는 경제학자입니다.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분들에게 부탁을 한 거거든요.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분석을 해달라고 했고 데이터를 그 분들에게 제공한 학자들도 생태학자나 수질 전문가입니다. 실제 그 당시 4대강기획위 경제성 보고서에는 제 이름이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도출된 결론이기 때문에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더더욱 자신 있었던 겁니다."

-B/C 분석에서 매몰비용은 보통 고려는 안 하나요.

"B/C 분석이라는 것이 원래 현 시점에서 이미 지출된 비용은 따지지 않는 거니까 짓는데 소요된 비용은 생각 안 합니다. 경제학 원칙에 어긋나는 거고 정서적인 것이니까요. 사실은 그 부분이 우리나라 국민이 건물이나 도로, 교량 같은 인공구조물에 갖고 있는 일종의 '향수'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경제학 범위를 넘어서는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짧은 기간에 개발을 해왔고 그것을 이룬 분들이 지금 생존해 있고 50대 이상은 그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만 해도 70년대에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것을 보았고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는 것이 한국경제 성장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맨날 미술시간에 그리고 그랬거든요.(웃음) 왜 포스터 많이 그렸잖아요. '수출 1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이런 거요. 수출 100억 달러를 1년 앞당겨 1977년 달성했을 때는 중학생이었지만 뿌듯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니 우리 앞 세대는 어떻겠어요. 그래서 보에 대해서도 '멀쩡히 10년도 안 된 것을 없애?'라는 거부감이 있죠. 이런 게 바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회피((loss aversion)라는 개념이거든요. 손실회피 성향이 누구나 있지만, 한국국민 우리 기성세대들에게는 특히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데이터가 B/C 분석에 투입됐을 텐데요.

"핵심은 이겁니다. 보가 있는데, 지금부터 50년 동안 매년 유지관리비가 발생한다, 이것을 놓치는 분들이 많아요. 지어졌으니까 계속 있겠지 생각하지만, 강 중간에 있기 때문에 수압을 받아 깨지기도 하고 안전진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관리비가 들어가요. 댐 관리비는 보통 유지관리비가 연간 많게는 1.5% 적게는 0.5% 들어갑니다. 이 유지비와 해체비용을 비교하는 겁니다. 그 둘 중 어느 것이 더 클 것이냐 따지는 겁니다. 물론 해체했을 때 편익이 뭐냐, 존치했을 때 편익이 뭐냐도 따집니다. 해체했을 때는 강의 생태계가 회복된다, 생물 다양성이 회복된다, 수질은 당연히 나아진다, 이것은 상당히 검증이 된 얘깁니다. 해체했을 때 해체비 외에 또 비용이 있습니다. 해체하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데 더 돈이 들어가거나 지하수가 말라버릴 수 있다는 것도 비용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또 하우스 수막 재배하는 분들도 있는데, 취수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점도 비용으로 검토합니다. 그 결과가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에 대해서는 해체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은 겁니다. 해체의 B/C 값이 가장 큰 것은 세종보입니다. 저는 어디가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다른 보도 마찬가지지만 세종보는 확실히 해체가 편익이 크다는 겁니다. 거의 3이 나왔거든요."

-그 정도입니까? 보 해체를 반대하는 학자들은 세종보가 세종특별자치시에 있어 경관, 풍치 등 비계량적인 편익이 많을 걸로 보고 있는데요.

"그래서 관광이나 심미적인 효과 등 친수효과도 다 분석에 넣었어요. 경제학적으로도 그런 것을 다 계산해서 넣습니다. 과연 세종보가 있었을 때 심미적인 효과가 크냐, 없었을 때가 크냐 하는 것이 쟁점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수문 개방을 2년 동안 한 결과, 상당히 많은 모래톱이 생겼고 사라졌던 물고기와 새들이 돌아왔어요. 이런 것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관광, 심미적인 효과를 더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금강 같은 경우는 친수공간으로서 사람들이 물에 더 접근할 수 있고 거기에서 향수도 느끼고 고향의 맛도 느끼고 물고기도 볼 수 있는 것이 평가됐어요. 이런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역주민들에게 훨씬 더 큰 경제학적으로 관광효과 또는 비계량적인 심미효과를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문을 개방해서 그런 효과가 있다면 해체하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

-그와 반대로 강에 물이 풍부해 너른 수면이 주는 심미적 효과도 있지 않을까요.

"그것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강의 모습이라는 게, 지금 한강을 보면 한강종합개발로 서울시민이 홍수로부터 해방된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한강 근처에 가면 이런 푯말이 있어요, '위험하니 들어가지 마시오' 이게 과연 심미적 친수공간으로서 효과가 최선인가 하면, 회의적입니다. 한강종합개발 이전의 한강은 언제 나가까이 갈 수 있었고 모래톱에서 수영도 할 수 있었던 하나의 백사장이었거든요. 그런 것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강이 주는 새로운 환경적 편익이라고 봅니다. 20세기가 전반적으로 성장과 개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속가능성의 시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UN도 그렇게 선언했고.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할 수 있다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일할 맛도 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하천의 특징은 우기와 건기가 뚜렷해서 봄에는 거의 말라있습니다. 또 축산폐수 등 오염이 여전히 심각한데 이를 보를 통해 유량을 조절해 해소하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는데요.

"사실 어디까지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하천 오염의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봐요. 지리적 여건 전체가 열악한데, 그럼에도 노력은 해야지요. 축산폐수 문제는 하천 오염의 주범입니다. 기본적 규제와 지원 없이는 해결할 수 없어요.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그것은 4대강 사업을 떠나서 지류 지천 본류 등 전국의 어느 하천이든 축산농가가 있는 한 언제든지 축산폐수 인(燐)으로 인한 부영양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이거야말로 환경부가 심혈을 기울여 해결해야죠. (지금 제일 잘 되고 있는 것은 한강 상류입니다. 수도권의 2500만 인구가 한강을 식수원으로 하니까 관리가 철저히 되고 있는 셈이지요.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은 관리가 허술한 편이고요. 이 점을 보면, 환경 규제의 혜택도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받고 있는 거지요. 반면 한강상류 경기도와 강원도는 개발억제에 불편을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하류지역 주민들이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있지요. 이런 문제가 다 있는데, 결국 축산페수 문제는 4대강 사업과 직접적 관련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하천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오염원 희석을 위한 유량확보는 큰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인가요.

"과연 보라는 것이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거든요, 강 상류 댐은 홍수 조절을 위해서든 가뭄해소라든지 전력공급을 위한 다목적 이유로 필요해요. 지금 한국은 강 상류에 댐을 지을 만한 곳은 다 지었기 때문에 이제 지을 데가 없어요.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중하류에 댐 규모의 큰 보들을, 국제적 기준에서는 사실은 댐인데, 설치해서 물을 조절하겠다는 시도는 볼 수 없습니다. 홍수 때와 가뭄 때의 유량 차이를 하상계수라고 하는데 하상계수가 큰 나라에서 보를 만들어 유량을 조절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에요. 폭우가 쏟아지는데 인간이 효과적으로 보의 수문을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없거든요. 원래 목적은 가뭄 대비라고 했어요. 이 두 가지 목적을 다 달성할 수 있느냐 하면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지요. 전에 일본 교토대 토목학자가 방문한 적이 있어요. 환경 연구자가 아닌 토목학자인데, 한국에서 하도 4대강이 논쟁이 되니까 한국에 왔었습니다. 그 분을 포함해 유럽 미국 학자들과 낙동강에 같이 갔던 적이 있거든요, 그 분들 말씀이 그 두 가지 목적은 절대로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모순적인 관계라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여름에는 상시 개방이 불가피할 거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물 수용 기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댐과 보는 본래 기능이 다른 것으로 봐야 하나요.

"보는 댐과 달리 비가 오면 무조건 열어야 돼요. 상류의 댐과 홍수조절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른 겁니다. 저는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너무 4대강 보가 정치화 정쟁화 됐다고 봐요. 13년 동안 봐온 사람으로서 안타까워요. 국민들이 사실을 명확히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홍수조절은 세계적으로 댐으로 하는 것보다는 천변(川邊) 저류지(貯溜池)를 만들어서 비가 많이 오면 자연스럽게 그리로 물이 모아져 하류의 피해를 줄이는 방식을 씁니다. 유속도 줄이고요. 강을 직강화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법을 도입할 수 있어요, 특히 낙동강은요. 이런 합리적인 방식들을 국민들이 이해해서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것에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환경적으로 합리적으로 물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어떻게 하는 것이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는 것인지, 수질과 생태계 차원에서도 어떤 게 더 유리한지 냉정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은 표의 영향을 받으니까 국민들이 똑바로 알고 행동하면 따라오지 않겠습니까."

-보 주변의 일부 농민들의 보 철거 반대가 만만치 않은데요.

"일부 농민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해합니다. 처음 4대강 사업 할 때도 농민들이 반대했어요. 지하수 수위가 올라가면 수박 농사 망친다 했거든요. 수박은 물이 질퍽질퍽 한 데서는 못 짓거든요. 그러다 막상 보가 생기니까 상황에 맞는 수막재배 같은 농업이 시작이 된 거예요. 보를 없애면 이 분들이 힘들어질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정치인들은 어떤 개발 사업이 국민들에게 어떤 변화와 피해를 미칠 수 있는지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겁니다. 피해를 보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보상을 해드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지요. 우리 국토의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국토의 지속 가능성을 말씀하셨는데, 토목학자 건설업자 환경학자들이 분야별 역할을 해야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환경경제학자의 몫 아닌가요. 국내 개발계획에 환경경제학자들이 역할을 제대로 해오고 있나요.

"경제학을 배우면서 우리는 이해관계나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팩트를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실증 결과가 무엇이고 그것을 가감 없이 용기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 다짐하거든요. 그것이 분석가로서 경제학자의 역할이고 소임이라고 배웁니다. 그런 점을 훌륭히 수행해내는 경제학자도 계시고 또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경제학자도 가끔 있긴 있어요."

-기후변화의 실재(實在)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극히 일부에서는 자연적 기후 순환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기후변화를 보는 대세는 이미 굳어진 것 같아요. 남극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고 폭염, 폭우, 가뭄이 심해지고 있는 현실만 봐도 기후변화가 명백합니다. 산불도 보세요. 호주는 지난 여름에 남한 면적의 2분의1이 탔고요, 이번에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등 미국 서부지역 산불은 더 심해져 한반도 면적의 5분의1이 탔습니다. 과거보다 인명피해도 늘어나고 전력계통에도 영향을 주고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에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건조) 폭우 등 극한 기상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 그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관찰과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은, 기후변화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2014년 IPCC 5차 보고서(AR5, Assessment Report 5)는 99%가 과학적 확실성으로 지구 기온은 올라가고 있다고 했습니다.'버추얼리 서튼'(virtually certain)이라고 했어요. 분명한 사실이라는 거지요. 그런데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냐 아니면 기후변화 사이클의 연속이냐는 문제인데, 보고서는 95%의 확률로 인간 경제활동의 결과로 배출된 탄소와 메탄 등 온실기체로 인한 것이라고 했어요. 이것도'익스트림리 라이클리'(extremely likely)라고 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인간 경제활동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도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불가지론을 내세워 부인하거든요.

"물론 불확실성은 있어요. 하지만 이것을 무시하는 방식보다는 상당 정도 개연성이 있으니까 뭔가 대응을 해야겠다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지성적이지 않을까요. 후회하지 않을 정책을 선택하는 거지요. 나중에 가서 별로 심하지 않았다 하면 그때 가서도 그 안에 기술개발도 하고 혁신했으니 별로 손해 볼 것 없고요. 그냥 놔두고 있다가 정말 심각한 재앙이 닥친다 하면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되잖아요. 그런 경우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요?"

-기후변화가 회복 불가능한 임계점은 아직 지나지 않았습니까.

"IPCC는 아직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어느 과학자가 지구 전체시스템을 다 이해하겠습니까. 육지 공기 바다 빙하로 이뤄진 전체 시스템을 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많은 지성인들이 내린 결론은 지난 200년 동안 산업혁명 후 급격히 탄소 온실기체가 지구상에 대기 중에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고, 200년 동안 약 1도가 올랐고 앞으로 1.5도가 마지노선이라고 보는 겁니다. 현재까지 1도가 올랐으니 이제 0.5도 남았지요. 이걸 넘어가는 순간 예측하지 못하는 재앙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짧게는 7년 길게는 12년 남았다는 겁니다. 이 말이 맞는다면, 그리고 조금 비관적으로 본다면, 지금의 화석에너지에 의존한 경제성장 방식,지금 여전히 개도국에서 쓰고 있는 석탄발전을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지요. 우리나라만 해도 전력공급의 40%가 석탄발전이에요. 그러면 12년 후에 한계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고, 그걸 넘어가면,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농업생산량의 50%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아프리카 중남미 이런 쪽에서요. 물론 기온이 오르면 시베리아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하겠지만 기존 생산지역에서는 수확량이 팍 주는 거지요. 농업생산의 불균형성이 심화되고 지역갈등이 생기고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갈등이 분쟁이 되면, 물 분쟁처럼 식량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요. 그 이후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지요."

-지금 그런 징후가 보입니까.

"현재 중동에서 생기고 있는 난민들도 겉으로 드러난 것은 전쟁 때문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거든요. 왜냐하면 가뭄이 심해지면서 식량생산이 안 되니까 벌어지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이런 나비효과가 생기고 있는 거예요."

-문제가 심각한데 기후변화 협력과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순수 경제학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경제주체 국가들이 협력해 온실기체를 얼마까지 줄여야만 우리가 재앙을 모면할 수 있겠다는 적극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참 힘듭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움직인 퍼스트 무버가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기후변화 문제는 달라요. 자기가 먼저 온실기체를 줄이기 위해 앞장서면 비용은 자기가 지불하는데 혜택은 전 세계가 다 보는 거예요. 탄소, 메탄이라는 것은 전 지구적 오염물질이거든요. 내가 배출하건 다른 사람이 배출하건 미치는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다 같은 거예요. 미세먼지는 국지적인데 반해 기후변화를 전 지구적이거든요. 탄소는 국적도 없고 여권도 없어요. 그러니까 어느 나라도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퍼스트 무버가 되려고 하지 않는 거지요."

-그런 무임승차를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까.

"캅(COP, Conference of the Parties,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이라고 해서 매년 열리고 있는데, 사실은 말의 향연이에요. 엄청난 얘기들이 나오지만 실효성 있는 결론은 힘들어요. 미국 같은 경우는 트럼프 정부 들어와 2017년에 이미 서명했던 파리협정을 탈퇴까지 해버렸으니까요. 비관적으로 볼 소지가 많아요. 그러나 인간 사회가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면도 있고 또 공멸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집단지성이 발휘되고 파리협정처럼 우리가 전 지구, 전 국가가 노력해야 되고 각자 온실기체를 줄일 수 있는 보고서를 내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겁니다. 물론 법적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행을 못하면'기후악당'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요. 지금도 한국은 국제 환경단체로부터 기후악당이란 말을 듣고 있어요. 이런 식의 전 세계적 압박이 사람들과 정치인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이 문제에 있어서는 인류가 하나다'라고 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그런데 최악의 경우도 상정해야 되잖아요.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파멸이거나 기적적으로 운 좋게 인간이 적응하거나입니다.[Video 끝]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할 거로 보십니까.

"올해 대선하고도 맞물려 있는데요, 이코노미스트지가 코로나 사태 발생 전 올해 큰 이슈는 두 가지다 그랬거든요. 하나는 글로벌 경제적 어려움과 미국 대선. 미국 대선은 기후변화만이 아니고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요. 특히 이번은 그렇습니다. 두 후보가 입장이 너무 다르거든요. 바이든은 녹색경제(green economy)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겠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프런트 러너가 되겠다고 선언했거든요. 그런데 선거 결과는 예단할 수 없어요. 미국이 유발하는 탄소는 전 세계에서 14% 정도 되는데,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어요. 기업들이 많이 노력했고 오바마 정부에서도 노력을 기울였어요. 또 과거만큼 경제성장도 빠르지 않죠. 세계 1위 배출국은 이제 중국입니다. 중국은 28~29%의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30% 가까이 배출합니다. 3위가 인도인데 세 나라를 합치면 50%예요. 그러니까 인구 많고 경제규모 큰 이런 나라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기 힘들어요.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은 압도적으로 배출량 1위입니다. 미국의 책임이 큰 건 사실인데, 현재의 책임을 따지면 중국 인도 러시아 이런 나라들의 책임이 큽니다."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요?

"중국은 자체 환경문제가 너무 심각하니까 기후변화도 같은 맥락에서 대처하는 것 같아요. 재생에너지 확산도 적극적입니다. 물론 석탄발전도 여전히 많이 하고 있지만요. 초미세먼지 줄이려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나 워낙 인구가 많다보니 효과를 얻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탄소배출 감축을 국제사회에 약속을 했는데요, 석탄발전은 줄여나가고 있지만 화석연료발전인 LNG발전소를 늘리고 있잖아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요한 질문이고 대한민국의 현안 중 하나인데요, 이것은 왼쪽 오른쪽의 문제가 아니고 앞쪽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에너지문제가 좌우이념의 문제가 돼서 너무 싸우고 있어요. 저는 바람직하지 않고 소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LNG가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석탄보다는 덜하지만 온실기체를 배출하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탈석탄을 선언 거기한 데 대해서는 보수 진보 막론하고 다 동의합니다. 물론, 해당 기업들은 힘들겠지만. 지금 석탄발전이 전력공급원의 1위이고 현재도 강원도에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어요. 꽤 큰 규모입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 하겠다, 탄소감축의 모범국이 되겠다고 했지만 2015년 이후 가동을 시작한 석탄발전소도 있어요. 이게 바로 말과 행동이 따로 가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볼 것도 없이 현재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만이라도 어떻게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건 미세먼지를 감축하자는 수준을 넘어서는 겁니다. 탄소는 석탄을 때는 순간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요. 그렇다고 탄소포집은 엄청나게 비싸고 기술도 까다로워요. 이것만큼은 해당 기업에 금전적 보상을 하고 현재 짓고 있는 것만큼은 중단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정말 정치권이, 언론이, 국민이 탈탄소를 해야겠다면 이 부분은 정리가 돼야 할 것 같아요. 게다가 보다 직접적으로 미세먼지까지 결부돼 있거든요."

-탄소감축과 전력원을 논할 때 원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원전확대 없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BAU(배출량 전망치) 대비 37% 감축목표를 지킬 수 있을까요.

"원전 비중이 줄어서 지금은 25~30% 수준인데요, 원전은 과거에는 경제성장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전력원이었어요. 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이 없었을 때는 대한민국에 없어서는 안 될 전력원이었습니다. 거기다 질도 좋은 전력을 공급하는 효자 노릇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15년 전만 해도 이런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물론 방사능 누출의 위험, 지역민들의 고통, 안전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어려움, 폭우나 테러나 지진이 생겼을 때 안전에 대한 위험은 상존해왔지요. 이런 것들을 시민사회에서 논의해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안전 문제는 원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도로건설하다가도 많은 분이 돌아가셨잖아요. 이제는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GDP)이 3만 달러가 넘었으니, 또 기후변화 때문에 원전이 갖는 안전성이 빨간불이 켜졌다고 볼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왔을 때 원전 6기가 가동이 멈췄거든요. 지금 조사 중이지만 염분이 유입됐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앞으로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전 전력공급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지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이전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인가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동부와 남부 해안지역 딱 4군데에 원전이 집중돼 있어요. 특정 지역에 엄청나게 많은 용량의 원전이 있습니다. 고리 지역에는 10기나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중단됐지만. 여전히 내부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보관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냉각수를 공급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원전 집중도가 압도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수도권에 있는 국민의 50%는 원전을 볼래야 볼 수 없습니다. 전력공급이 잘 되니까 좋다고 하시는데, 이제 우리 국민들이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안전, 건강,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원전도 똑같은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 싸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데 원전이 큰 기여를 했지만, 이제는 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이 생겼으니 달리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아직 해소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까요.

"10, 15년 전만해도 재생에너지가 너무 비쌌어요. 규모도 작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보듯이 태양광이나 풍력이 자체 여건에 따라서 엄청나게 발전단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해상풍력이 너무나 발전단가가 떨어져서 석탄, 원전 보다 훨씬 싼 경우도 생겼어요. 덴마크는 전력의 70%를 풍력에서 얻고 있습니다. 과거 불가능할 것으로 봤던 기술적 경제적 한계를 다 뛰어넘고 있어요. 이런 대안이 생겼는데, 이제는 원전의 역할과 비중에 대해 정치적 접근을 하지 말고 비중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소프트랜딩 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경제성 차원에서도 원전은 이제 별로 실익이 없으니까요."

-거두절미 딱 끊는 방식이 아닌 점진적으로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것이 비용도 절감하고 순리에도 맞지 않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가'탈원전'이란 표현을 전략적으로 잘못 쓴 겁니다. 탈원전이 아니예요. 많은 국민들이 모르시는데, 앞으로 4~5년 내에 원전 4기가 추가로 건설이 거의 끝나 가동에 들어갑니다. 고리1호기가 영구 정지됐고 월성1호기도 가동을 중단해서 현재 총 24기가대한민국에서 가동 중입니다. 현재도 국토면적 대비 원전설비 집중도가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데, 앞으로 4기가 더 들어서면 더 높아지는 거지요."

-국내 원전은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안정성에 심각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어요. 물론 안정성이란 게 100%가 없지만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핵폐기물입니다. 우리 국토 어딘가에는 묻어야 된다는 겁니다. 중저준위 핵폐기물 저장소를 만드는데도 20년이 걸렸거든요. 엄청난 갈등을 야기한 끝에 경주에 겨우 만든 거 아닙니까, 엄청난 보조금을 주고. 그런데 이건 고준위예요. 연료봉입니다. 이거 우리 국토에 어디에 묻을 겁니까? 그런데도 계속해서 원전을 짓는다 하면 이거야말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보수정치인이나 보수 언론에서 계속 원전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보수의 가치가 무엇입니까. 저는 책임성이라고 생각해요. 그 책임성은 현재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책임도 지어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은 임시 저장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딘가에는 묻어야 되고 또 계속 늘어납니다. 통일 되면 개마고원에 묻습니까? 이거 정말 큰 문제입니다."

-저장 연한을 늘리는 임시저장소 확장 계획이 얼마 전 발표됐는데요.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30년 안에 닥칠 심각한 문제예요. 임시저장소와 중간저장소를 늘린다고 하는데, 지역에서 반대도 하고, 지상에 계속 저장 공간을 늘리는 것이 힘들 때가 곧 닥칠 텐데 과연 어디에 묻을 건지 걱정입니다. 우리보다 국토면적이 98배 넓은 미국도 갈등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이 문제를 애써 눈을 감고 계속 원전을 짓겠다고 하는 건 책임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봐요."

-비용적 측면에서도 핵폐기물 문제가 결정적 고려 요소인가요.

"비용적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또 그 전에 천문학적인 보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주민이 '내 발 밑에 묻어라' 하긴 힘들 거라고 봐요. 지금의 기술 수준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저장하려면 매우 어려워요. 이런 문제는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라는 겁니다.우리 후손에 대한 책임성 문제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의 가능성에 눈을 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가교에너지 원으로서 LNG발전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유럽처럼 40, 50, 60, 70% 비중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면 바람직하하겠죠."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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