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 10대 과제를 표방하며 중개사가 없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하자 공인중개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공인중개사의 탓으로 돌리고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정책을 내놔서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님 전 상서'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5만78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자는 부동산학회의 자료를 근거로 들며 "2018년 기준 전체 거래량의 60%만 공인중개사가 하고 있고 나머지 151만건 이상은 당사자간 직접거래나 무등록업자의 불법거래 또는 컨설팅 거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다 보니 편법 탈법 불법 행위가 성행하고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국가는 이들 무등록업자를 소탕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방기한 채, 모든 책임을 선량한 공인중개사에게 전가하고 사회악으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청원자는 정부가 발표한 뉴딜정책이 정말 국민을 위한 대책이라면 중개사들이 처한 현실부터 개선해주고 실행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판 뉴딜 일자리 창출 사업에 맞춰 100만 중개 가족 실업 문제를 먼저 해결해달라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올해 7월 현재 중개업 종사자가 100만명에 육박한다"며 "일자리창출을 선포한 국가가 역설적으로 실업자 양산에 앞장선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에 수천억원을 쏟아붓기 전에,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100만 중개 가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나서서 밥그릇을 걷어차지 않아도 사회 구조적인 변화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저절로 사라지는 직종들이 해마다 생겨나고 있다"며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정책을 펴겠다는 건가? 그 눈물을 짓밟고 고용 창출이라는 노래를 부르시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청원자는 당장 중개사 시험을 폐지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중개사를 없애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면서 왜 해마다 수만명의 공인중개사를 배출하고 있냐"며 "공인중개사 시험은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다. 더이상 버틸 수 없어 명예퇴직한 직장인과 결혼과 출산으로 경단녀가 된 여성들, 그리고 대학 졸업후 취업 못 한 청년들이 수백만원의 학원비를 내며 재수 삼수 혹은 10년 만에 합격하기도 하는 어려운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자격증을 받은 날 온 가족과 함께 기뻐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사무소 임대료를 마련해 다시 열심히 일할 꿈에 부풀었을 것"이라며 " 이 시간도 어두운 골방에서 시험공부에 몰두하는 그들은 국가가 희망고문을 하며 응시료 수입을 챙기는 이면으로 중개사 자체를 없앨 플랜에 들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오는 10월 31일 치르는 31차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29만8227명이 접수했다"며 "대통령이 양심이 있는 분이라면 시한부 중개업을 하게 될 이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고 당장 시험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왜 수년 내로 없어질 직업에 국민들이 목을 매게 하냐"고 말했다.
청원자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전가시킨 김현미 장관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달라고도 했다.
그는 "공인중개사는 중개를 함에 있어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며 "한치라도 실수를 하면 가차 없이 업무 정지,과태료 부과의 행정 처분뿐만 아니라 각종 소송에 휘말려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낱 공인중개사 그러할진대 한나라의 장관이 탁상행정을 펼쳐 시장을 교란시키고 국민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면 당장 손해배상을 하고 자리를 내놓아야 맞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청원자는 "23번의 대책이 쏟아지면서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은 혼란에 빠진 국민들에게 바뀐 정책을 설명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고 정책의 변화로 계약이 해제될 때마다 뒷수습하고 손해배상 요구에 시달리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런데 정책실패로 인한 비난 여론이 쇄도할 때마다 김현미 장관은 그 책임을 공인중개사에게 전가시켰다"며 "중개사가 집값을 올리고 불법 행위를 하는 듯이 거짓 사실로 여론을 호도했고 급기야는 공공의 적으로 매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 정책 뒷수습하느라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공인중개사들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시장 혼란의 책임을 전가시켜 없앤다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대통령의 뜻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