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당색 변경은 당내 반발에 추가 여론 수렴…'아젠다 선점' vs '보수 가치' 시각 나뉘어
김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정부가 낸 법안이라고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다. 우리도 과거에 하려고 했던 것이니, 일단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들은 시정하면 된다"고 했다.
해당 내용은 김 위원장이 말해온 경제민주화와 세부 내용에서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자회사 경영진의 부정행위에 모 회사 소수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 소송' 등 방안들은 2016년 김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있을 때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도 있는 내용이다. 과거 2016년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쳤고 최근까지 파격 행보를 이어가는 김 위원장인만큼 파급력이 작지 않은 발언이다.
하지만 2016년 당시 법안 통과에 반대했던 당내 지지층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보수정당의 경제 브레인 역할을 맡았던 김종석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조차 반기업 정서에 영합한다면, 한국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선진 복지 사회의 구현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 같이 배고파지는 것은 공정경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재계 역시 김 위원장에게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 권태신 부장이 지난 15일 김 위원장과 만나고, 이번 주 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도 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당내 반발이 거세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그간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당의 변화를 밀어붙였던 김 위원장의 리더십도 점점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날 새로 공개할 당 로고 및 당 색과 관련해 "추가 여론수렴과 조율 과정을 거쳐 오는 21일 비대위 회의 후 발표하겠다"고 했다. 지난 14일 빨강, 파랑, 노랑 3가지 색상을 혼용한 새 로고를 선보였으나 현역 의원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당 비대위는 전에도 당내 정강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4연임 제한 안도 냈으나 후퇴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당 내부에서는 대체로 이견이 많지만, 동시에 김 위원장 체제에서 의제를 선점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지율 회복에 선방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일부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의 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영입한 만큼 '의사'의 처방을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논리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제가 경제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 3법에 대한 내용에 대해 코멘트 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선거라는 것은 중도층에서 상대편까지의 지지를 끌어와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상대가 여러 문제를 노출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하는 이야기가 '보수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신 교수는 "현상으로 볼 때 기업이 반감이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며 "가뜩이나 코로나 정국으로 전 세계적으로 기업이 어려운데, 그게 필요하더라도 굳이 이것을 지금 통과시켜 적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법안 심의는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이라는 단서를 달은 것처럼, 세부 논의 과정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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