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한국소비자 `호갱` 정부가 나서라

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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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한국소비자 `호갱` 정부가 나서라
심화영 산업부 유통팀장
#올 초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을 통해 여름 휴가철 발리 항공권을 예매한 A씨는 코로나 확산으로 비행기가 결항되면서 환불을 요구했다. 가루다항공에 공식 환불접수 처리를 했지만, 반년째 영문 이메일로 "관리부서의 확인을 기다리고 있으니 양해 바란다"는 답신만 기계적으로 돌아왔다. 환불을 못 받고 해를 넘길까 걱정된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접수했지만, "일단 공문을 보내지만 (가루다는)회신이 없을 경우도 많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처럼 해외사업자에게 한국소비자들이 '환불 불가'로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정도면 '호갱'을 넘어 '호구' 취급이다. 코로나19로 외국항공사의 피해를 호소하는 한국소비자는 올해만 8월 기준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구제만 887건에 달한다. 분통 터진 한국소비자들은 국토교통부·한국소비자원을 찾지만, 권한 없는 기관의 맥 빠지는 답변에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가루다는 공문을 보내도 환불이 안됐고, 답변조차 안 할 때가 많다"는 게 소비자원의 답변이다. 세금만 축내는 무소용 기관은 차라리 그냥 없애거나 아니면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가격보다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국내에선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직구'로 옷을 구입한 B씨. 배송지연으로 물건이 오지 않고 몇 달이 흐른 뒤 물건을 받았지만 사이즈가 예상과 달리 맞지 않아 반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외사업자의 과도한 반품 배송비 요구는 물론 시차 및 언어 차이로 처리가 지연되면서 반품을 포기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온라인을 통한 국제거래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외 물품구매 경험자 500명 중 58명(11.6%)이 소비자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외국보다 한국에서 비싸게 팔아 한국소비자를 '호갱' 만드는 해외사업자 사례는 명품부터 전자제품, 커피 한잔까지 수도 없이 있어왔다. 그러나 비싸게 파는 정도가 아니라 정당한 환불사유에도 불구하고 환불을 거부하거나 배송지연과 오배송·분실 등 '배째라'식 영업에도 한국소비자는 속수무책이다.

소비자원이 국제거래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한 소비자 171명에게 피해 대처 방법을 질문한 결과 16.4%는 '피해 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현명한 소비를 하려던 한국소비자들이 명백한 피해를 입고도 능동적인 대응을 못하는 건 왜일까. 이의과정의 껄끄러운 분위기에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한국소비자가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것도 주요한 이유다.

최근 네이버스토어나 11번가 등 한국 오픈마켓에 입점한 해외사업자가 늘고 있다. 해외사업자 관련 국제거래소비자포털에는 피해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제품 하자·품질 불량이나 취소·환급 지연 및 거부 사례가 자꾸 불거지고 있다. 해외 사업자가 한국 오픈마켓에서 영업할 경우 보상 책임이 있지만 연락조차 두절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불량품 판매, 청약 철회 거부 등 피해를 봤을 때도 해외 사업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국내법에 따른 분쟁 해결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한국 정부는 다른 선진국 정부에 비해 '자국민 보호' 개념이 특히 약하다는 지적은 자주 있어 왔다. 해외에 나가 위험에 빠진 한국인을 보호하는 것만이 자국민 보호의 전부가 아니다. 국내에 있는 자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부당한 일은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뜻하지 않게 외항사의 피해를 입은 자국소비자, 해외에 나가지 못해 해외직구를 했다가 피해를 입은 자국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영향력을 정부가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자국민보호법을 참고하고 우리나라의 시스템을 재평가해 법과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테면 부당한 환불거부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협조공문으로 부족하다면 '항공사업법'에 따른 사업개선 명령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해외사업자가 국내소비자를 상대로 장사를 할 때 관리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커머스에선 해외사업자가 사업을 하기 전에 신원확인을 철저히 하는 등의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해외사업자의 부당한 횡포로 인해 다수의 한국국민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기 전에 우리정부가 자국민의 입장에 서서 적극 나서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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