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미중 대립 속 반도체산업이 살 길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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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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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미중 대립 속 반도체산업이 살 길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우세를 무역전쟁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대국과 자국 모두에게 손해이다. 반도체 산업은 어느 국가든 전체 산업체인을 유지하기 힘들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독립적으로 풀세트의 산업체인을 완비하기 힘든 만큼 상호 의존성이 높은 산업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든 앞으로 각 국가는 상호협력해야 한다.

미국 산업계의 인사들을 인터뷰하면 미중 무역전쟁을 동의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산업의 선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핵심 화학재료, 유럽은 특허와 리소그래피 장비, 한국은 DRAM, 대만은 파운드리와 패키징에서 우세를 각각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규제정책으로 반도체 산업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처지에 있다. 아마 중국은 삼성의 발전경로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지 하에 몇 개의 반도체 대형 기업을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자민영'(國資民營)의 반도체 대형 기업이 나올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자본이 지속적으로 대량 소요되어야 할 산업이기에 투자는 중국 정부가 하고 운영은 민간이 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 나가게 될 것이다. 중국이 다시 빅펀드를 통해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경우 반도체 후방산업이 취약해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수입 다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차후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해 다시 수출규제 및 통제를 취한다 하더라도 중국이라는 차선책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버금가는 기술 수준에 도달하게 되는 순간,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는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 메모리 강국이지, 반도체 생태계 강국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모바일 기기 중 1/3에 대해 의무적으로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를 쓰도록 요구할 수 있고, 동시에 한국에서 수입되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과점화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어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상위 5대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등장하여 한·미·중 기업간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 기업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발생한다면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은 가격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반도체업계의 근본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한국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는 이미 비인기 분야로 전락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과 중국은 핵심기술 분야에서 경쟁 관계도 있지만, 미래 관심분야에 있어서는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중국의 디지털 환경과 미래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큰 수요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미래 기술을 테스트하고 같이 경쟁해야 하는 곳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도체는 우리의 디지털경제, 통신시스템, 나아가서 우리 생활의 기본 인프라 구조를 결정한다. 최근 10년,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점점 더 큰 도전을 받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점점 어려운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우습게 보던 TSMC가 인텔을 앞지르는 것을 보면서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반도체 산업에서 동·서양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으며, 나중에 중국의 기술력이 초과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만약 미국의 전략에 따라가면 나중에 중국이 우세할 때 아주 난처할 확률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 길게 봐야되는 문제이다. 코 앞의 실력으로 미래 문제를 판단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다.원문=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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