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영용 칼럼] 가라앉는 대한민국](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1502102269061001[1].jpg "[김영용 칼럼] 가라앉는 대한민국")
그런데 태풍보다 더 험하게 한국을 강타하여 피해만 끼치고 이로운 점은 없는 것이 현 정권이다. 정권 담당자들의 무식, 오만, 부도덕 때문이다. 최근의 몇 가지 사실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첫째, 부동산 정책은 용하게도 주택 가격을 올리는 것들을 모두 모아놓았다.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 규제, 대출규제, 초과이익(?) 환수제 등이 모두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8·4 대책 이후 집값을 알려주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게시판은 텅 비어 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부동산 정책에 시장은 거래 실종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 장관은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한다. 관련 인사들이 집값이 과연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아는지 의심스럽다.
둘째, 최근의 의사 파업은 어떠한가.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서비스의 가격(수가)은 낮게 규제되고 있다. 현 정권 이전부터 죽 그러했다. 그 결과 서비스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부 과(科)는 의사 부족에 시달려왔다. 자주 언급되는 흉부외과 의사 부족 현상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가격 규제는 한 산업을 서서히 죽이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 2017년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이후 그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많은 의사들이 건강보험 비급여 부문으로 몰려 진료 분야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용'이 아닌 '치료' 의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의료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수가부터 자율화해야 한다. 그래야 의사의 수급이 자연스럽게 조정되며 과잉 진료도 없애고 경쟁을 촉진하여 서비스의 질적 향상도 기할 수 있다. 의과대학 설립과 정원 자유화는 수가 자유화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셋째, 최근 대법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련 판결은 법에 치명적 위해를 가한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4호 라'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이 법의 '시행령 제9조 2항'에는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노조법 제12조 3항 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이의 시정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에 노조법을 준용한 교원노조법을 합헌으로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시행령이 법률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상고심에서 고용노동부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노조법과 헌법재판소 판결을 부정한 것이다. 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노조법 제2조 및 제12조와 시행령 제9조 간에는 아무런 충돌이 없기 때문이다. 비근로자와 노동 3권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현령비현령'이다. 법의 적용을 받는 이들이 법을 무시하고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판단을 하는 법원이 스스로 법을 타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런 법원을 믿고 판결에 승복하겠는가.
이 외에도 그 내용과 결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의 뉴딜을 본뜬 계획, 기본 틀을 망가뜨린 경제에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추경 살포, 곧 국회에 부의될 이른바 '공정경제 3법' 등을 보면 현 정권의 무식과 오만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망가뜨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양산해 지지 세력으로 포섭함으로써 정권을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라면 이는 부도덕의 극치다. 한국은 정녕 이렇게 가라앉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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