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심화영 기자] 5년 전 사모펀드 MBK로 팔린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내홍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안산점, 대전 탄방점에 이어 대전 둔산점의 폐점 매각이 결정된 가운데 홈플러스 노사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4일 '홈플러스 사례로 보는 먹튀 사모펀드의 문제점'이란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대형마트의 업황이 밝지 않아 되팔아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사모펀드가 홈플러스의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이는 일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이날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재무전문가인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취임하고 본격적으로 비용 절감(차임금 회수)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면서 "이 시기에 대부분의 자산 매각이 진행되었고, MBK의 빚과 이자를 갚는데 대부분을 배당했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2017년에서 2019년, 3년 동안의 홈플러스 투자금은 2000여억원에 불과한데, 이는 경쟁 업체인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투자금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로 멀쩡한 기업도 LBO(Leveraged Buy Outs) 방식으로 인수되면 거덜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노조가 이처럼 격렬하게 폐점 매각을 반대하는 것은 '대량 실업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인수 직후부터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부지, 매장 등의 자산을 매각해 2조2000억원을 현금화해 인수차입금과 이자를 갚았고, 영업이익의 165%를 배당금으로 가져갔다"고 비판했다.
반면 홈플러스가 자산유동화에 나서는 이유는 잇따른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현금 확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7%, 38.9% 감소한 7조3002억원, 1602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회사 측은 "생존 위한 '자산유동화' 반대하는 노조는 벼랑 끝으로 홈플러스 밀어낼 참이냐"며 반박하고 있다. 홈플러스 생존에 대한 논의에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마트노조가 개입해 2만4000여명 직원들의 생활터전인 회사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첫 폐점 매각 수순이 예정됐던 홈플러스 안산점의 경우 안산시가 나서면서 매각 철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산시는 지난달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부동산투기를 규제하는 '안산시 도시계획 조례 부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해 이달 8일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회사 측은 "노조가 시민단체와 시청과 시의회까지 찾아가 지자체 조례 개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맞서며, "이미 계약이 끝난 부동산에 건물을 올리기 어렵게끔 법(조례)을 고치라며, 기존 1100%까지 허용했던 용적률을 400%로 낮추라는 것은 '핀셋'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인수 한 후 (사모펀드는)한 푼도 배당금을 받아간 적이 없고, 투자금은 3000억원이 넘는다"면서 "지금은 합병됐지만 이전에 홈플러스홀딩스·홈플러스스토어즈(과거 까르푸)가 있을 당시 적자였던 홈플러스스토어즈가 홈플러스로부터 배당 형식으로 자본이 이동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