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낀 집 `외면`… 당장 입주 가능한 곳 매매가 더 높다

보증금 제한적인 인상에 희비
임대차법 시행 후 선호도 변화
고덕그라시움 14억에 매매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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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낀 집 `외면`… 당장 입주 가능한 곳 매매가 더 높다
김현미(왼쪽) 국토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세입자가 살 수 있는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 것을 전제로 매매거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새 임대차 법 시행 이후 세입자의 권리가 강화되고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를 낀 아파트보다 당장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59.78㎡는 지난달 8일 14억원에 매매됐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해당 물건은 바로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였는데, 지금 이런 조건의 물건은 시세가 13억5000만∼14억원이다.

반면 같은 평형에 전세를 낀 물건은 12억원대 후반에 매물이 나온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입주 초기 전세 보증금이 3억5000만∼4억원 수준에서 최근 7억∼7억5000만원까지 올랐는데 새 임대차 법 시행으로 앞으로 3∼4년간은 보증금을 수천만원밖에 올리지 못하게 되자 매수자들이 바로 다른 세입자를 들일 수 있는 조건의 매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라시움뿐만 아니라 아르테온, 아이파크, 베네루체 등 인근 아파트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매 시장은 매도인과 매수인간 힘겨루기로 거래절벽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992건으로, 7월 1만647건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아직 신고기한(30일)이 남아있지만 감소 폭이 커 급감 추세를 꺾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기에서 안정기로의 변곡점에 서 있는 상황이지만 집주인들은 여전히 매매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고 매수인은 오른 값엔 못 사겠다며 대치를 하고 있다. 다만 일부 인기 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조정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1단지 전용면적 84.9㎡는 지난달 29일 12억4000만원에 거래된 뒤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입주가 가능한 1층의 경우 10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게 있다.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 전용 84.34㎡는 7월 초 14억6000만원에 거래된 뒤 8월 17일 14억9800만원(5층)에 매매되며 가격이 올랐다가 9월 5일 14억8000만원으로 소폭 조정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31.48㎡는 6월 초 30억5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3개월 동안 거래가 없다가 최근에 28억30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리브온이 13일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96.2로 전주 101.5와 비교해 5.3포인트 떨어져 3개월 만에 기준점인 100 밑으로 내려갔다.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 조정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여전하다.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3단지 전용 84.84㎡는 이달 4일 10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7월 9억9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8월 9억5000만원으로 가격이 조정되나 싶더니 다시 가격이 뛴 것이다. 현재는 집주인들이 11억∼12억7000만원을 부르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성동구에서는 하왕십리동 센트라스아파트 전용 84.77㎡는 이달 5일 16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인 6월 14억87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넘게 올랐다.

한편 김현미 장관은 지난 11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존 세입자가 있는 집을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했을 때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새 집주인은 세입자에 양보하고 2년간은 다른 전셋집에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공분을 샀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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