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오 1년만에 철수한데 이어
소형SUV '캡처'도 판매 부진
"모호한 가격 정책 등 전략 미스"
소형SUV '캡처'도 판매 부진
"모호한 가격 정책 등 전략 미스"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수입 판매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르노 캡처가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서 2018년 국내에 수입된 소형 해치백 클리오 역시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1년 반 만에 철수하는 등 르노삼성이 수입 판매 전략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 캡처는 지난 4월 국내 시장에 선보인 이후 지난달까지 1395대가 판매됐다. 본격적인 판매가 5월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월 평균 판매량은 350여대 수준이다.
르노삼성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작년 SM3·5·7 3개 차종이 단종된 데 따른 판매 차종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국내 생산과 수입 판매의 이원화 전략을 펴고 있다. 수입 차종의 경우 르노의 로장주(마름모) 앰블럼을 달고 나오며 준프리미엄 시장을 공략층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다소 모호한 가격 정책 등으로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상황이다. 캡처의 가격대는 2474만~2818만원으로 동급의 국산차보다 500만~1000만원 비싸고 프리미엄군인 BMW(X1), 아우디(Q3), 볼보(XC40) 등에 비해서는 2000만원가량 저렴한 데 어느 한쪽도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나, 니로, 트레일블레이저 등 국산차는 올 들어 월 평균 2000~3000대, X1, Q3 XC40, 미니 컨트리맨 등은 월 평균 120~130대가 판매되고 있다. 르노삼성 측은 캡처가 풀 옵션으로 꾸려진 만큼 국산차의 고가 트림과 비교했을 때 격차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선택에서는 다소 멀어진 모습이다.
르노삼성이 처음으로 국내 수입해 판매한 차량은 2018년 5월 들여온 클리오지만 판매 부진으로 작년말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당시 클리오는 상품성에 대해 호평을 받았지만 최대출력이 90마력에 불과한 디젤 모델을 1900만~2300만원에 구매할 만한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이 가격대는 당시 준중형 세단인 현대차 아반떼와 겹친다.
클리오는 유럽에서 판매 상위권 드는 인기 차종이었지만 애당초 프리미엄 모델이 아니었던 만큼 인테리어 등에서 국산차에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결국 클리오는 작년 3000대, 월 평균 250여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르노삼성과 마찬가지로 '국내 생산-수입 판매' 이원화 전략을 펼치는 한국GM과 비교하면 르노삼성의 부진은 더 부각된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의 픽업트럭인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 등 5개 차종을 수입 판매하고 있으며 이들의 올해 판매량은 8524대로 전체의 15.8%를 차지했다.
트래버스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차 모하비와 가격대가 비슷하며 콜로라도는 정통 픽업트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차량 가격은 르노 캡처보다 비싸지만 월 평균 판매량은 360~400대로 오히려 앞선다.
기대를 걸 요소는 본격 판매에 들어간 전기차 르노 조에(ZOE)다. 조에는 유럽시장 누적 판매 1위라는 점과 국내 전기차 모델 중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1회 충전시 주행가능 거리가 309㎞로 경쟁 모델인 볼트EV(414㎞)나 코나EV(406㎞)에 비해 100㎞가량 짧아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어필될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르노 캡처는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차종으로 국내 생산만큼 물량이 많지 않지만 꾸준히 계약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르노 조에의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이 점차 커져가는 상황인 만큼 이에 발을 맞춰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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