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성승제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족에 일본·중국 등의 저가공세, 여기에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3중고'에 처하면서 하반기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만 최근 2달 새 30% 가까이 치솟으면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1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제 철광석 가격은 톤당 127.0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월 3일(톤당 99.71달러)에서 2개월 만에 무려 27.4%나 급상승한 숫자로, 2014년 1월 이후 6년 만의 최고가다.
불과 석 달 전인 6~7월 까지만 해도 철광석 가격은 100달러 안팎에 머물렀고, 5월엔 80달러 중반대를 유지했다.
이는 코로나19 극복을 선언한 중국의 슈퍼 경기부양책 영향이 크다. 철강 원재료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도로와 항만 등 사회간접투자(SOC)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 철강 원재료를 중국이 대거 흡수하면서 가격 상승을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치솟는 철강 원재료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여전히 값싼 철강제품을 국내 시장에 대거 풀고 있어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일본산 열연 강판 평균 수입은 톤당 477달러(57만원) 수준으로 작년보다 약 14.0% 하락했다. 이는 톤당 488달러인 중국산 열연 강판보다 낮은 금액이다.
반면 한국 열연 강판 평균 가격은 68만원대에 이른다. 한중일 삼국만 놓고 보면 한국이 가격경쟁력에서 가장 불리한 셈이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를 고려해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차별적으로 가격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톤당 3만원 내외로 낮췄고, 자동차 강판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가격 동결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형적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고통분담이지만, 속내는 일본과 중국산 공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산 값싼 물량이 밀려오면 국내 철강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하반기 들어선 일본이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으로 철강 원재료 물량을 줄이고 있는 추세라, 이를 기회로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문제는 코로나19다. 국내 코로나19가 다시 300~400명대로 늘어나면 자동차 등 수요 부진으로 철강업은 반전의 기회를 찾기 힘들어진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결국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는 코로나19가 결정할 것"이라며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큰 폭의 개선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