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뉴딜펀드는 바이코리아펀드?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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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뉴딜펀드는 바이코리아펀드?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정부는 이달 초 한국판 뉴딜 사업을 위한 자금모집 방안으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총 7조원을 부담하고, 그에 비례해서 민간에서 13조원을 투자해 만들어진다. 뉴딜펀드 조성에서 핵심은 정부의 투자손실 보전이다. 펀드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10% 범위 내에서는 재정에서 부담한다. 10% 이상의 손실에 대해서는 한국성장금융, 한국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총 7조원 범위 내에서 손실을 떠안기로 했다.

뉴딜펀드의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 10%라고 하더라도 은행이나 보험회사, 연기금 등 민간 금융회사와 일반 투자자는 투자원금을 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투자에 따른 손실금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전액 메우게 된다. 수소충전소 구축이나 신재생에너지 시설, 수소차 개발 프로젝트 등의 뉴딜 사업은 정부 주도 사업이다. 사업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은 제법 걸리겠지만 투자수익 가능성은 높다. 거기에 손실보전 조항까지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기간만 빼면 큰 부담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금융당국은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뉴딜 관련 사업에 투자할 경우 자본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뉴딜 사업에 투자할 때에도 자산건전성 규제를 완화해준다. 직장인이면 대부분 가입되어 있는 퇴직연금이 뉴딜 인프라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법률도 개정한다. 인프라펀드 투자대상 민자사업 채권을 원리금 보장 채권으로 분류해서 퇴직연금이 손쉽게 인프라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은행·보험·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와 연기금이 수십조원을 투자하니까 일반 국민 입장에서 투자 유인이 높아진다. 뉴딜 분야 인프라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투자자에게는 2억원 한도 내에서 투자에 따른 배당소득에 대해 9%의 저율 분리과세도 적용하기로 했다.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 손실 부담도 적으면서 분리과세 혜택도 있으니 일석이조의 투자대상이다.

정부의 정책 취지도 이해할 만 하다. 급증한 시중 부동자금을 부동산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생산적인 뉴딜사업에 끌어들이고,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뉴딜사업에 투자해 그에 따른 성과를 다수의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공익 배분 차원도 있다.

민간 자금을 동원해서 코로나19극복에 나서자는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보면 뉴딜펀드는 1999년 '바이코리아 펀드'와 닮아있다. 바이코리아 펀드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이 직접 나서 주식을 사모아야 한다는 애국 캠페인이었다. 2000년 초 정보통신(IT) 거품 붕괴로 펀드 원금이 반토막나고 주가조작 의혹이 일긴 했지만, 바이코리아 펀드는 국내 펀드 투자 열풍의 시초였다. 뉴딜펀드는 '바이코리아 펀드'의 애국마케팅에 역대 최대 규모의 관제펀드와 세금을 통한 손실보전이라는 불공정을 더했다. 정책금융기관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을 뉴딜분야에 공급하고, 5대 금융지주회사는 7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뉴딜지수를 개발하고 민간펀드는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상품을 내놓는다. 정책형 뉴딜펀드 20조원에 뉴딜금융 170조원을 더하면 190조원짜리 초대형 사업이다. 이 정도 규모의 투자사업이면 민간 펀드는 아예 경쟁이 불가능하다. 뉴딜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아니라면 살아남기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라는 경제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자금을 동원할 수는 있다. 하지만 펀드 투자에 따르는 비용부담을 국민세금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생애 처음으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주식형펀드'에 가입한 것처럼,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실제 펀드투자를 하는 비중은 35%(2019 펀드투자자 조사결과) 정도에 그치고 있다. 펀드투자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중간값)도 550만원 정도로 중산층 이상 수준이다.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구성을 보더라도 현금과 예금 비중이 절대적이고 주식·펀드 비중은 16%(2020년 1분기 기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일부에 불과한 펀드 투자자를 위해 민간 금융회사와 연기금을 동원하고 퇴직연금까지 투자하도록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펀드투자에 따르는 손실을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것은 결코 결코 정의롭지 않다.

김현동 정경부 금융팀장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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