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대통령의 거짓말 신기록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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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대통령의 거짓말 신기록
박영서 논설위원
사람은 왜 정직해야 하는가? 그 물음에 대답을 주는 영어 명언이 있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은 단어 하나를 더 붙여서 이렇게 말했다. "정직이 항상 최선의 방책이다(Honesty is always the best policy)." 그와 관련된 일화가 생각난다. 어린 그가 아버지가 좋아하는 벚나무를 손도끼로 베었다. 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내며 누가 베었냐고 물었다. 워싱턴은 자신이 베었다고 정직하게 답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칭찬하며 "정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일화다. 실제로 워싱턴은 정직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정직하기란 쉽지않다. 정치인은 특히 그렇다. 팝 가수 빌리 조엘은 '어니스티'(Honesty)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정직은 정말 고독한 단어다. 모든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Honesty is such a lonely word. Every one is untrue)."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인간이니만큼 거짓말을 해왔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대통령의 거짓말에 관대하지 않았다.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워터게이트'나 '지퍼게이트'나 탄핵 사유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미국 정치에서, 나아가 미국의 250년 가까운 역사를 봐서도 특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현역 대통령이 '역대 최대의 거짓말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도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던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한때 그의 '집사' 역할을 했던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거짓말쟁이를 뽑지말라"는 광고를 냈다. 그는 광고에서 "그가 내뱉는 말을 믿어선 안 된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자 백악관은 "코언은 거짓말을 수시로 하는 사람"이라며 부인했다. 트럼프도 코언을 "쥐새끼이고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 팩트체크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3년 6개월 간 2만55회의 거짓말과 잘못된 주장을 했다. 하루 평균 16건이다. 주제별로는 이민 관련이 2635회로 가장 많다. 이어 외교정책(2282회), 무역(1965회), 경제(1860회), 러시아(1562회), 일자리(1464회), 우크라이나 스캔들(1165회), 보건(1070회), 코로나19(977회) 순이다.

가장 많이 했던 '잘못된 주장'은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미국 경제가 사상 최고라는 것이다. 무려 360회에 달했다. 흥미를 끄는 것은 거짓 주장의 빈도가 갈수록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의 거짓 주장이 1만회를 넘어서는 데는 827일이 걸렸다. 하루 평균 12건이다. 그런데 2만회를 넘어서는 데 걸린 시간은 440일이었다. 하루 평균 23건이다. 탄핵 추진, 코로나19 팬데믹,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시위 등이 일어나면서 '거짓말의 쓰나미'가 커졌다.

이렇게 거짓말을 많이 한 미국 대통령은 전례가 없다. 굉장히 특출나다. 어찌보면 거짓말 하는 것이 트럼프의 정치 수법인 듯 하다. 그에게 거짓말은 지지자를 끌어들이고 경쟁자를 제압하려는 도구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에게 트럼프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트럼프의 말이 자신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자신만만하게 내뱉는다. 누가 따지고 들면 발뺌을 하거나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운다. 그러는 사이 민주주의의 근간은 썩고있다. 트럼프의 집권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아마도 상처투성이인 국민, 훼손된 민주주의일 것이다.

이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의 전략은 한국의 정치판에도 벤치마킹되면서 우리의 삶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가 됐다. 거짓말을 자주 하면 사기꾼이 되고, 사기꾼은 도둑놈이 된다. 트럼프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훔쳤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폭락시켰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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