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칼럼] 국가위기관리와 정부 정통성

양승함 前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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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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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칼럼] 국가위기관리와 정부 정통성
양승함 前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소위 '공공의료 게이트'로 인한 의사와 정부의 갈등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이 지대한 상황 속에서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조화롭게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위기극복의 주역 당사자인 정부와 의사들이 충돌하고 있어 국민은 한층 불안하고 안전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필자 자신도 전공의 파업으로 안과 시술 일자를 조정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연로한 인척은 폐렴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치료받지 못하고 다른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둬야 했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리 숫자로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여 사망자가 늘고 중환자실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런 와중에 당장 해결할 일도 아닌 계획안 때문에 의료대란을 초래한 책임은 공감 능력이 부족한 정부가 져야 한다.

국가위기 시 국가관리는 정부의 정통성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지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아무리 'K방역'이 방역과 경제를 절묘하게 균형 잡아 국제적 방역모델이 됐다 한들 감염이 재확산되고 의료시스템이 붕괴하면 상황은 대역전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 정권에서의 국가위기는 국가관리 능력에서의 문제였다면 현 정권에서의 국가위기는 다분히 정치적 도덕성에 의해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료 사태는 갑자기 일어난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이미 조국사태 때부터 예고되고 총선 후 부동산 입법 독주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밀어붙인 제도적 독재의 결과이다. 조국의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요 부동산 입법은 다수결에 입각한 것이며 공공의료 계획은 정부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집권 초기 원전문제를 공청회를 통해 해결하려 했던 협치의 태도는 온데간데가 없다.

제도적 독재는 '합법적'이라는 명분 하에 장악한 제도의 권력을 최대한 사용하여 반대하는 집단이나 세력을 무력화하고 자신의 정치권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는 반대세력의 존재를 인정하는 관용과 제도적 특권 사용을 자제(인내)하는 규범을 지켜야 한다. 야당과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협치를 실행하고 제도적 권력을 적절히 제한해서 행사해야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뒤늦게 정부는 의사집단들과 대화에 나서고 공공의료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의사들은 파업투쟁을 부동산 정책 실패 등과 연계하여 정치투쟁을 전개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진영논리에 의해서 왜곡하여 자신들의 이익과 권리를 앗아가려 한다고 믿고 있다. 이와 같은 양상은 특정 집단들의 반정부 집회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문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그리고 이번 의사들의 저항 등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가 대립적 관계를 형성해서는 위기극복을 할 수가 없다. 국가가 국민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특정 이념 정향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결국 정부는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말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올바른 방향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이 공감할 수 없으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위기 시에 국민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으며 정부의 잘못된 행동이나 정책에 대해서 평시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위기가 기회라고 인식하여 설익은 편 가르기식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그 결과는 정통성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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