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이젠 대놓고 통행세 강제하는 구글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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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이젠 대놓고 통행세 강제하는 구글
최경섭 ICT과학부장
"결국 터질게 터졌다. 구글이 요구하는 대로 눈뜨고 30%를 모두 통행세로 내줄 수도, 또 그렇다고 구글 대열에서 이탈할 수도 없다."

구글의 모바일 앱 '수수료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IT 업계가 집단 패닉에 빠졌다. 구글은 최근 자체 모바일앱 '플레이스토어'를 사용중인 국내 기업에 사실상 30%의 통행세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기존에 모바일 게임업계에만 적용해 오던 인앱 결제방식을 웹툰, 동영상 등 모든 콘텐츠에 의무 적용키로 한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부터 이제 막 창업에 나선 모바일 스타트업 등 국내 IT, 인터넷 업계 전체가 사정권이다.

세계 모바일 OS(운영체제)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의 독과점 횡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 모든 기업이 당면한 현안이다. 모바일 OS 시장의 70% 가량을 독과점하고 있는 구글은 이미 게임업계를 비롯해 주요 인기 콘텐츠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독식하고 있다. 역시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로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애플은 이미 자체 '앱스토어'에서 유료로 거래되는 모든 콘텐츠에 30%의 통행세를 부과하고 있다.

개방과 공유의 정신을 앞세우며 모바일 장터를 키워 온 구글과 애플이 결국,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무지막지한 통행세를 부과하는 괴물이 된 것이다. 애초 예견됐던 일이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크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가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액 4조 5476억원중에 88.4%인 4조 200억원이 구글과 애플에서 발생했고, 이 금액의 상당 비중을 두 업체가 통행세 명목으로 거둬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구글의 수수료 폭탄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콘텐츠업체들은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구글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요구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분개하고 있지만, 구글의 요구에 맞서 '플레이스토어'에서 하차할 수도 없다. 구글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이탈은 모바일 시장에서의 퇴출과 마찬가지다. 또 그렇다고 구글이 요구하는 대로 30% 수수료를 선뜻 내줄수도 없는 형국이다. 구글은 거래액의 30%를 요구하고 있지만, 당하는 사업자는 순이익의 30%를 떼 줘야 하기 때문이다.

메이저 업체나 대기업은 수수료 인상분을 콘텐츠 가격인상으로 보충할 수도 있지만, 자본력, 시장점유율에서 절대적으로 취약한 스타트업이나 중견 기업들은 이마저도 불가능해 자칫 모바일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크다.

구글 수수료 문제를 사업자간 자율합의 사항으로 방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글의 일방적인 수수료 폭탄 요구를 방치할 경우, 국내 인터넷 업계가 수십년간 힘들게 축적한 모바일 산업 생태계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구글에 제시한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수단을 사용한 사업자는 시장에서 강제퇴출 당하고, 시장은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충실한 기존 메이저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국내 앱 개발사들은 구글의 높은 수수료 정책을 뒷받침하는 소작농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1400여개 창업기업을 회원사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이미 구글의 수수료 정책이 자율적인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 반(反)시장적 조치라고 당국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구글의 반시장적인 요구에 국회, 시민사회단체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공정경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가 확실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구글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계약변경 요구가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지, 또 인앱 결제 이외의 선택을 모두 차단하는 것이 사업자간 자율선택 또는 이용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정부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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