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 들인 매물 검증 시스템
공정위 "생산 정보 지재권 없다"
업계선 "상생 택했는데 억울할만"
공정위 "생산 정보 지재권 없다"
업계선 "상생 택했는데 억울할만"
"데이터를 특허 받은 시스템을 통해 정보로 가공한 것의 가치는 어떠해야 하는가?"
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네이버 제제결정은 우리 정보통신(IT)산업에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데이터 거래소가 운영되면서 세칭 '빅데이터 거래시대'에 진입한 우리 IT업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질문인 셈이다.
우선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부가가치가 덧붙여진 정보라 할지라도 그 정보 자체를 독점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정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당장 네이버 입장은 다르다. 공정위가 "혁신과 노력을 통해 이용자 선택을 받은 결과를 외면하고, 무임승차 행위를 눈감았다"고 주장한다.
네이버는 공정위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던져진 질문의 진정한 답이 무엇인지,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현재의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부가가치 정보화와 독점권 사이에서 = 이번 사건은 네이버가 운영한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 정보의 특성 탓에 불거졌다. 네이버부동산이 처음 오픈해 매물 정보를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공개를 할 때 온라인 부동산 시장은 일단 네티즌의 관심을 끌려는 가짜 매물들로 가득했다. 진짜 매물은 이 가짜 매물들 뒤에 숨은 형식이었다.
이에 네이버는 2009년 6월부터 진짜 매물을 골라내는 독자적인 매물 확인시스템을 구축한다. 매도자나 공인중개사로부터 직접 확인해 검증된 매물만 올리는 서비스였다.
네이버는 2014년 부동산114 등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사(CP)들과 다시 정보 제공 계약을 맺는다. 이렇게 출범한 것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시스템이다. 네이버는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십억의 투자를 했고 이를 특허로 인정받았다. 시스템을 구축한 네이버 부동산은 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카카오가 2015년 2월 부동산 매물 정보 시장에 진출하려 하면서 불거졌다. 진짜 매물로 확인 받은 매물 정보를 카카오는 검증시스템 구축 없이 CP사들에게 받으려 했고 네이버는 이에 계약 사항에 '제 3자 정보제공 금지' 조항을 넣어 자신들의 매물 정보 보호에 나섰던 것이다.
◇확인 매물 정보는 가치가 있는가? = 이번 공정위 판결에서는 네이버의 이 같은 조치가 문제가 됐다. 공정위 입장은 네이버가 검증시스템을 특허 받았지, 그 검증시스템으로 생산한 정보까지 특허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무엇보다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배타 조건부 계약을 CP들과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카카오가 CP와 제휴를 시도하자, 네이버가 매물 정보를 제공하지 못 하도록 하는 계약조건을 삽입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는 확인매물을 제공하기 위한 체계는 특허가 있는 만큼 지재권의 영역으로 보지만, 이를 거쳐 생산된 확인매물 정보에 대해서는 지재권이 없다고 구분했다.
송상민 국장은 "확인매물 정보 자체는 특허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업자가) 네이버의 확인매물 검증 시스템을 복사해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할 때는 특허 침해 이슈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확인매물 검증 시스템의 비용이나, (확인매물로 인한) 제3자와의 법적 분쟁은 모두 CP가 부담한다"며 "지재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원회의에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입장은 다르다. 데이터와 부가가치가 첨가된 정보의 차이가 분명하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십 억원의 비용을 들인 데다,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측은 "확인매물은 허위매물을 근절하고, 이용자에 정확한 매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라고 했다. 무엇보다 공정위의 이번 판결은 카카오톡의 무임승차를 방임해 시장에 역효과를 준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판결이 "최근 공정위의 플랫폼 제재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반응이다. 네이버가 CP와 상생을 위해 변경한 서비스 구조를 두고 결국 당국이 제재했다는 시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공정위의 플랫폼 기업 옥죄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CP와 상생까지 택한 네이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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