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던진 메시지는 '우분투(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였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이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달리기 시합에서 다 같이 1등을 해 상품을 나눠가지며 한 말로, 어린이들의 일화와 함께 우리 사회에 알려지며 일약 '유행어'가 됐다. 이 대표는 이 말을 통해 장기간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로하고, 방역에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논리적 주장보다 감성적 설득을 앞세운 이 대표의 연설은 야당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회 첫 데뷔무대를 치른 이 대표가 21대 국회의 협치를 트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코로나19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고통을 더 크게 겪는 국민을 먼저 도와드려야 한다"며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고 선별적 지원방침을 재확인했다. 대신 "동시에 어느 국민도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포스크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대비책으로 감염병 전문병원의 권역별 설치와 공공의료체계 강화 등을 담은 건강안전망,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등 사회안전망, 한국판 뉴딜과 신산업, 성 평등,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성 평등과 관련해 "여성 억압구조를 해체하고, 성범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잘못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충남·부산·서울 등 광역단체장의 성폭력을 대표의 자격으로 공식사과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야당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재촉하고, 개천절 광화문 집회를 예고한 일부 보수단체에 공권력 동원을 시사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네탓'으로 책임을 미루는 대신 '우분투 정신'을 되새기는 것으로 화합에 무게를 뒀다.
이 대표는 "우분투,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고 우리 정치는 믿고 있느냐"고 자성의 목소리를 낸 뒤 "이제 달라지자, 국난을 헤쳐나가는 동안에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자"고 야당에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국민과 여야에 함께 이익되는 윈-윈-윈의 정치를 시작하자"며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했다. .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사실상 중단된 여야정 정례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4·15 총선에서 여야가 공동으로 내놓은 공통공약을 공동입법하자는 협치방안을 제안했다.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 벤처기업 지원, 여성 안전, 경제민주화 실현, 청년의 정치참여 확대,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여야 공통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내민 협치의 첫 결과물은 4차 추가경정예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우분투'에 '우분투'로 응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연설을 "새로운 집권여당 대표다운 중후하고 울림 있는 연설이었다"며 "4차 추경안 통과에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