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결정에 네이버는 "공정위가 혁신과 노력을 통해 이용자 선택을 받은 결과를 외면하고, 무임승차 행위를 눈감았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부동산'을 운영하면서 허위·진성 매물을 구별하는 '확인매물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경쟁 사업자인 카카오가 해당 확인 매물정보까지 가로채려 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 판단은 달랐다. 확인매물 서비스가 지식재산권에 해당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통해 생산된 매물정보까지 지재권 범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자신과 거래하고 있는 부동산 정보업체(CP·Contents Provider)와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으로 카카오를 시장에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카카오, 무임승차 막기 위한 것"= 네이버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부동산 매물정보를 이용자에 노출하는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9년 6월부터는 이른바 '미끼 매물'로 일컬어지는 허위매물과 진성매물을 판가름해 제공하는 확인매물 서비스를 도입했다. 당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시장이 허위매물 탓에 홍역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는 단번에 업계 1위 사업자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매도자나 공인중개사로부터 직접 확인해 검증된 매물만 올리는 확인매물 서비스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네이버는 이내 CP들로부터 '골목상권을 침해한다' 비판에 맞닥뜨렸다. 이에 네이버는 2014년 상생안을 제시했다. 공인중개사로부터 직접 받던 매물정보를 CP를 거쳐 받는 식으로 개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CP들이 수집한 매물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네이버가 구축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 시스템을 거쳐 부동산 서비스에 올리는 기술을 도입했다. 네이버는 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십 억원의 비용을 들인 데다, 관련 특허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측은 "확인매물은 허위매물을 근절하고, 이용자에 정확한 매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라고 했다.
그러던 중 경쟁 사업자인 카카오가 2015년 2월 CP들로부터 확인매물을 제공받아 부동산 정보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네이버는 자사 기술로 확보한 확인매물이 카카오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CP 계약 조건에 추가했다. 2017년 초에도 카카오는 비교적 네이버와 매물 제휴 비중이 낮은 부동산114와 업무제휴를 맺으려 했으나, 이 역시 네이버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며 좌초됐다. 네이버 측은 "확인매물 정보를 아무런 비용이나 노력 없이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무임승차를 막고 지재권을 보호받기 위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었다"고 항변했다.
◆공정위 "특허 침해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공정위는 "카카오가 혁신 노력을 게을리한 채 무임승차를 시도했다"는 네이버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배타 조건부 계약을 CP들과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카카카오가 CP와 제휴를 시도하자, 네이버가 매물 정보를 제공하지 못 하도록 하는 계약조건을 삽입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는 확인매물을 제공하기 위한 체계는 특허가 있는 만큼 지재권의 영역으로 보지만, 이를 거쳐 생산된 확인매물 정보에 대해서는 지재권이 없다고 구분했다. 이번 제재 결정에 지재권 부분은 쟁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송상민 국장은 "확인매물 정보 자체는 특허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업자가) 네이버의 확인매물 검증 시스템을 복사해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할 때는 특허 침해 이슈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확인매물 검증 시스템의 비용이나, (확인매물로 인한) 제3자와의 법적 분쟁은 모두 CP가 부담한다"며 "지재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원회의에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공정위는 네이버에 부과한 과징금 10억3200만원 산정 기준과 관련해 "부동산 부문 매출액이 크지 않고, 행위 기간도 2년 6개월 정도로 짧아 10억여원 정도로 계산했다"고 했다.
송상민 공정위 국장은 "네이버 부동산의 매출은 CP가 매물을 해당 서비스에 등록할 때 건당 500원, 확인매물 검증을 거칠 때 1000원 등 수수료를 통해 발생한다"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는 전혀 과금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업계 "결국 플랫폼 제재 연장선"= 이번 제재에 대해 업계는 "최근 공정위의 플랫폼 제재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네이버가 CP와 상생을 위해 변경한 서비스 구조를 두고 결국 당국이 제재했다는 시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공정위의 플랫폼 기업 옥죄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CP와 상생까지 택한 네이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카카오가 다시 부동산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송상민 국장은 "(카카오가) 다른 업체와 제휴를 맺어 부동산 서비스 사업을 할 여지는 생긴 상태"라고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영역에서 네이버를 대체할만한 사업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네이버 부동산 부문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