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탈영병`이 된 전공의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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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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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탈영병`이 된 전공의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시작된 시점에 의사들의 파업이 현실화되었다. 코로나와의 전쟁 중에 적전분열이 일어난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젊은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은 수련 포기와 유급을 감수할 정도로 분노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을 탈영병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탈영병은 목숨이 두렵고 적과 싸우기 싫어 도망치는 병사들을 일컬어 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들은 코로나를 포함한 각종 질병과 싸우는 최전선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기에 대다수 국민들이 '덕분에'라는 표현으로 감사를 표했던 훌륭한 의사들이다. 그리고 탈영하는 와중에도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코로나 1차 유행에서 K-방역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원인은 진단 키트의 신속한 개발, 질병관리본부의 감염 경로 추적,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의료진들이 외국 의사들은 상상하기 조차 힘든 고강도의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와의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이 발표되면서 의료계가 대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의사 증원의 이유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 3.5명인데 우리나라는 2.4명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의사가 부족한 우리나라가 코로나 1차 유행 때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번 코로나 유행에서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는 엄청난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병실과 의료진이 심각하게 부족했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많은 양의 업무를 수행했기에 비상사태에서도 침착하게 헌신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런 의료진이 있어서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었다. 2017년 기준 의사 1인당 외래환자 수는 OECD 평균 2131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080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참고로 2위는 일본으로 5191명이다. 그리고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방문 횟수는 우리나라가 16.1회로 미국의 4.0회에 비해 무려 4배나 높다. 다시 말해 가장 의료 접근성이 높은 우리의 현실에서는 의사 부족보다 의료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논의가 더 합당할 것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탈영병`이 된 전공의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AI(인공지능)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여 진단 및 치료 방향을 제시하면 의사가 이를 종합하여 치료를 하며, 로봇 수술 성능도 대폭 개선되면서 1명의 의사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더 정확하게 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년 1월에 열린 세계 최대 테크놀로지 행사인 CES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핵심 영역으로 분류하였고 AI와 로봇 기술 영역에서도 의료를 주요 응용 분야로 다룰 정도로 의료부문은 4차 산업의 핵심이다. 그리고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4차 산업이 급속히 앞당겨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멀지 않은 장래에 의사가 AI 및 로봇과 함께 진료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를 근거로 미래에는 의사 과잉이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공개된 복지부의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서 시·도지사의 추천으로 공공의대생을 선발한다고 밝혔다가 문제가 되자 최근 해명자료를 통해 '시민사회단체'도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6월 30일 여당이 발의한 법률안에 의하면 "의무복무기간이 종료된 의사를 '보건복지부' 또는 '공공보건 의료기관'에 우선 채용할 수 있으며,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보건 의료기관에는 서울대병원과 같은 국립대병원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입학도 취직도 모두 합법적으로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지금 젊은 의사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불공정한 규칙을 만들어서 법적인 근거까지 갖게 하려는 시도 때문인 것이다. 더군다나 공공의대를 나온 전문의가 배출되는 10년 후에는 의사과잉의 시대가 예측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는 제도라면 당연히 원점에서 재검토해 부작용과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파악해서 수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노력을 단순히 양보라고만 생각한다면 해법이 나오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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