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자들 비용 청구 어려워
통신사에 사용료 지불 이중부담
트래픽·가입자 기준 산정도 의문
통신사에 사용료 지불 이중부담
트래픽·가입자 기준 산정도 의문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이른바 '넷플릭스 갑질 방지법' 시행을 앞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넷플릭스 방지법은 넷플릭스와 구글 등 국내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해외 콘텐츠사업자(CP)에 일정 수준의 망관리 비용을 부담하게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17대 국회에서 처리돼 시행형 윤곽이 구체화 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관련법이 정작, 해외사업자들에는 제대로 법 적용이 어려운 반면, 국내 인터넷 기업들만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해외기업에는 정상적인 비용청구가 어려우면서, 상대적으로 규제적용이 용이 한 국내 기업들만 옥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3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음 주 중 입법 예고할 넷플릭스 갑질 방지법 시행령 적용 대상으로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 통신 3사 전체 트래픽의 1%를 넘는 콘텐츠 사업자(CP)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의 시행령이 적용되면, 구글과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형 인터넷 사업자도 망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넷플릭스 갑질 방지법으로 일컬어지는 전기통신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 때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 및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해외 CP들이 국내 통신사들에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어 문제가 컸다. 반면, 네이버는 한 해 동안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업자들에 약 700억원을 사용료로 내고 있고, 카카오 역시 약 300억원을 지불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외 업체중에서는 페이스북이 지난해부터 약 100억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이미 통신사들에 지불하고 있는 비용에 이어, 시행령 조건에 따라 추가로 이중 부담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외국계 기업들에게 부담해야 할 부분을 오히려 국내 기업들로부터 부담하게 해야 할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국내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구글과 넷플릭스에서 과연 망사용료를 지불할지 의문인 상황에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부담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제대로 협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 대상이 트래픽의 1%, 100만명 가입자라는 기준이 어떠한 근거로 산정됐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앞서 한국인터넷기업 협회 등도 이 같은 문제점을 우려해 성명서를 제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단체는 지난 5월 "국회와 정부가 부가통신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이용자 편익을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국내법을 개정해 글로벌 기업을 규제하는 건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돼 실현되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새로운 규제로 국내 콘텐트 기업의 망 사용료 부담만 높이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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