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국민의 힘`은 국민의 것

김미경 정경부 기자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현장] `국민의 힘`은 국민의 것
김미경 정경부 기자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게 됐다. 통합당은 2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변경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통합당이 간판을 바꾸는 것은 4·15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17일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바꾼 지 7개월 만이다. 보수정당 명칭사로 보면 가장 단기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준으로 보면 세 번째다.

우리나라 정당들이 이름을 바꾸는 것이야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선거에 져서, 당끼리 통합해서, 혹은 당이 분열돼서 등 다양한 이유로 옷을 갈아 입듯 새로운 이름으로 갈아탔다.

통합당의 변천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 3개 정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1990)부터 뚜렷한 보수정당으로서의 단일대오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민자당은 1995년 김 총재가 이끌던 신민주공화당 출신들의 집단 탈당, 1995년 6월 지방선거 패배, 1995년 10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폭로와 구속으로 위기를 겪자 이듬해 2월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재창당했다. 그러나 민주진영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와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으로 쪼개지자 신한국당은 기세가 약해진 통합민주당을 끌어안으며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으로 변신했다. 한나라당은 15대·16대 대선에서 연달아 참패하고, 일명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안긴 불법 대선자금 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2012년 새누리당으로 바뀔 때까지 15년 간 긴 수명을 유지했다. 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 주도로 탄생한 정당이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 전 대통령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내리막을 걷던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며 당명을 바꿨다.

새누리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직전인 2017년 2월 자유한국당이라는 새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박근혜 정부와의 '결별'을 뜻하는 이름이다.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를 겪은 보수진영은 당시 조원진 전 의원의 대한애국당 등 친박(친박근혜), 탄핵에 가담한 당 잔류파 비박(비박근혜)과 탈당파 반박(반박근혜) 등으로 극심한 분열을 겪었다. 자유한국당은 19대 대선 참패 이후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발탁해 갈라졌던 보수를 하나로 모아 2020년 2월 미래통합당을 재창당했다. 보수대통합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등장했던 미래통합당은 불과 두 달 뒤인 4·15 총선의 대패로 창당 7개월 만에 간판을 내리는 수모를 겪게 됐다.

통합당이 당명을 오래 고수하지 않을 것이란 예견은 진작 있었다. 이름에 보수진영 통합과 4·15 총선 승리 외의 의미를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던 것이다. 쇄신을 넘는 혁신이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후 곧바로 당명 개정을 예고했다. 통합당은 최종적으로 이름을 '국민의힘'이라고 정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3가지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당명을 바꿔 '보수'에 매몰돼 있던 당의 탈이념화를 선언한 셈이다.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이 정계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3년 설립한 인터넷 정치단체의 이름도 국민의힘이었고,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렸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당명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통합당은 국민의힘을 택했다.

사실 당의 이름은 부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유권자 대부분은 '왜 한국 정당들만 유독 이름을 자주 바꾸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사람(정치인)은 그대로인데 당명만 바꾸면 뭐하냐'는 회의감도 있다. 미국만 보더라도 공화당과 민주당은 무려 100년이 넘었다.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당명을 바꾸지는 않는다.

왜 하필 많고 많은 단어 중 국민의 '힘'이었을까도 생각해본다. 힘은 목표라기보다는 무언가를 이루는 수단에 가깝다. 특히 권력의 중심인 정치는 국민의 힘이 곧 나의 힘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 힘은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가 되는 위험을 안고 있다.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176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고도 21대 국회 두 달 만에 지지율이 바닥까지 내려갔던 것은 민주당을 지지해준 국민의 힘이 곧 민주당의 힘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새로운 당명이 아무쪼록 '국민의 힘'을 등에 업겠다는 의지의 발로가 아니라 '국민의 힘'을 두려워하겠다는 뜻이기를 바란다. 이념만 앞세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정치가 아닌 국민을 보고 가겠다는 소신의 행보이기를 기대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