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조롱당하는지도 모르는 정권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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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조롱당하는지도 모르는 정권
이규화 논설실장
엊그제 8월 31일 부로 청와대에 청정지역이 생겼다.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 참모 제로(0)'라는 신기원을 작성한 것. 다주택 척결 청정구역화가 드디어 달성됐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앞으로 청와대 비서관급 참모 65명이 1주택 이하로 통일한 것은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집값 폭등으로 인한 국민의 열패감을 위로하는 문재인 정권의 방책은 이렇게 기이하다. 주군의 원수를 갚고 예외 없이 모두 할복한 47인의 사무라이가 떠오른다. 과도한 비유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서울 아파트, 그것도 강남 아파트는 목숨 값처럼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더 희한한 일은 정작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 어느 누구도 자리를 떠나기는커녕 눈도 꿈쩍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국토부장관 모두 팔팔하다. 여기에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을 치는 문재인 정권의 성동격서 전략이 드러난다. 논점을 흐려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이다. 대체 집 소유 여부가 업무능력, 적격성과 무슨 상관인가. 집 두 채 가진 게 왜 죄가 되나. 정책담당자의 교체는 문제 해법의 기본 중 기본인데 정작 책임자들은 그대로고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변죽만 울리는 이런 접근법이야말로 그동안 스물 세 번의 부동산대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설명한다.

오죽했으면 다주택자, 일주택자, 무주택자라는 '천하삼분책'이란 말이 생기고, '했던 짓 또 하고 했던 짓 또 하고 했던 짓 또 하는' 국토부장관이라면 3초 전의 일을 모른다는 붕어가 딱 맞으니 붕어를 그 자리에 앉히라 하겠는가. 또 하수인을 검찰에 알박기 하고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이판사판개판정치판'인지 도통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으니 법무부장관에 개를 쓰라고 했겠는가. 술기운에 붓을 놀리는 데도 '폐하의 끊임없는 실정의 추태에 비하면 맨 정신과 다름없다'는 자신만만함은 또 어떤가. 진인(塵人)이란 사람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주 출간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책도 집권세력을 향한 신랄함에서 진인에 뒤지지 않는다. 한때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싸웠던 저자 5명은 우리가 지금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이 '이상한 세계'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 계기는 작년 9월 '조국사태' 때 진실이나 진위는 중요하지 않고 내 편 네 편이냐, 그가 나의 팬덤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는 '탈진실' 현상을 마주하면서라고 한다. 팬덤 현상은 위로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조국, 심지어 윤미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는 이제 끝나간다. 취임하자마자 인천국제공항을 달려가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하면서 폭탄을 심어놓더니 드디어 지난 6월 그 뇌관을 뽑아 '인국공' 불공정 폭탄을 터뜨렸다. 인천공항 하늘만 쳐다보게 된 공시족들을 향해 정권은 "여러분의 자리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청년층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기업이 맘껏 '놀게' 하면 될 것을 SW연수, 기업 고용유지지원금, 벤처창업지원 등 배배꼬인 길을 택한다. 그건 청년층 용돈 벌이에 지나지 않고 벤처와 거리 먼 푸드트럭이나 떡볶이집이나 늘린다. 멀쩡한 숲을 파내고 날림 시설했던 태양광발전소가 비바 태풍으로 허물어져 산사태가 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탈원전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것인지 알게 됐다.

그런데도 정권은 요지부동이다. 잘못된 것은 남 탓, 진영 이탈자에 대해서는 '촛불' 거역세력, 실정을 지적하면 딴전이다. 어용방송들이 반복해 가짜뉴스를 진짜뉴스로, 진짜뉴스를 가짜뉴스로 뒤집어 내보내니 변명이나 사과도 않는다. 4·15 총선 후 권력에 취해 폭주에 가속이 붙자 드디어 국민이 위험을 감지했다. 아무리 좋게 타일러도 듣지 않으니 이제 풍자와 조롱으로 대응한다. 그런데도 정권은 청와대 비서관에 다주택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코미디'를 한다. 조롱당하는 것조차 모르는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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