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안보경제, 한국은 무방비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 입력: 2020-08-31 18:44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김태기 칼럼] 안보경제, 한국은 무방비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북한이 핵은 보유했지만 경제 제재에다 코로나로 뿌리부터 흔들린다. 미국과 맞서는 군사력을 갖고도 경제난으로 냉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소련이 그랬다.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식량, 에너지, 천연자원 등 과거에 국가안보를 위협하던 문제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미국이 주도한 국제협력과 무역의 자유에다 디지털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세계를 평평하게 했다. 세계은행은 '빈곤과 번영의 공유' 2016년 보고서에서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국가 간 불평등이 줄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 등에서는 중산층이 급증하고 미국 등 선진국은 급감해 세계화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 특히 중국이 세계화 질서를 교묘하게 이용해 팽창주의를 추구하고 군사적으로도 미국과 정면 대결의 길을 걸으면서 국가안보를 위한 경제정책이 중요해졌다.

무질서한 세계화에는 국가안보의 위험이 도사린다. 하버드대의 저명한 국제정치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1997년 '세계화 너무 나갔나?'에서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2010년 '세계화의 역설: 민주주의와 세계 경제 미래'에서 미·중 대립을 예고했다. 로드릭은 초고도 세계화, 민주주의, 국가 주권을 모두 가질 수 없고 잘해봐야 2개만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의 미국처럼 주권과 민주주의를 선택하면 초고도 세계화를 포기하고, 지금의 중국처럼 초고도 세계화와 주권을 선택하면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를 받았던 한국처럼 초고도 세계화와 민주주의를 선택하면 주권을 양보해야 한다. 잘못하면 지금의 한국처럼 초고도 세계화, 민주주의, 국가 주권이 모두 위험하다. 북한과 일본을 의식한 평화경제와 민족경제가 판치고 포퓰리즘으로 정치가 불안하면 자본과 두뇌의 해외유출 등 내부 모순으로 주권도 위태롭다.

디지털기술도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안보 위험에 악용된다. 독일의 정치학자 세바스찬 하일만은 2017년에 시작된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를 디지털 레닌주의라고 했다. 시진핑은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AI와 빅 데이터를 악용한다는 것이다. 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정보를 독점하고 좌지우지해 집권기반을 강화하고 공산당의 생존을 연장하며 세계질서도 바꾸려 한다고 보았다. 첨단 기술과 안보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인 제임스 앤드류 루이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에 의하면 중국 기업은 간첩이나 선전 활동에 협력해야 하고 중국공산당은 훔친 첨단 IT 기술로 자국민을 감시하고 이를 세계로 확대했다. 또 위챗은 미국에서 서비스해도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자유무역의 근간인 상호주의를 위배했다.

코로나는 안보경제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코로나의 진원지가 중국이라고 보는 미국은 중국의 안보경제 위협에 더 단호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5월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보고서'에서 중국의 미국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경제 문제가 첫 번째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중국공산당이 경제력을 활용해 자국민을 억압하고 일대일로로 영향력을 세계로 뻗친다며, 일대일로에 맞서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축에 나섰다. 미국 5대 반도체 회사 매출의 25~50%가 중국에 의존하지만, 상무부는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로 개발 또는 생산한 반도체를 '중국을 위하여'라는 의미인 화웨이가 사지 못하게 했다. 유럽은 중국을 의식해 미온적이었으나 태도를 바꾸어 반(反)중국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안보경제는 글로벌 가치사슬과 직결된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처럼 미국 기업이 연구 개발하고 설계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외국에 파는 구조다. 한국이 미국의 EPN에 참여하지 않으면 일본은 물론 대만에도 밀리고 중국경제에 예속된다. 일본과 대만도 중국 의존도가 높으나 한국과 달리 기술 보호와 자국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무역협회에 의하면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항공 등 첨단 업종 전문가를 기존 연봉의 3~4배 주고 유치하나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은 거의 없다. 2017~2019년 사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법원에 72건이 접수되었으나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3건(4%), 나머지는 집행유예였다. 한국은 안보경제에 무방비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안보경제의 전략을 짜고 국민에게 알려라.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