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 등 장기투자 쏠림
미래 소득 당겨 써 '신용 빨간불'
30代 연체금액 전월比 3.9% ↑
미래 소득 당겨 써 '신용 빨간불'
30代 연체금액 전월比 3.9% ↑
<자료:나라살림연구소>
#. 세종에 거주하는 김아무개(31세·여)씨 부부는 최근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아 4억원대 아파트를 샀다. 그나마 '신혼부부 보금자리론'을 이용한 덕에 2.5% 이자율을 적용받았지만, 앞으로 100만원 가까운 돈을 30년간 매달 은행에 꼬박꼬박 갚아야 한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로 고용이 불안해졌다는 점이다. 김씨는 "직장에서 해고되면 상환 계획도 틀어진다"며 "돈 갚을 일이 까마득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성아무개(28세·남)씨는 주식거래에 열을 올리고 있다. 1000만원을 몇몇 우량주에 투자했는데, 투자금 중 절반 이상은 신용대출을 받은 것이다. 성씨는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갚아야 하는 이자율보다 고수익을 내면 된다"고 자신했다.
20·30대가 미래 소득을 저당(抵當) 잡히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사회적 영향으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급증한 데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연체율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의 미래 소득을 미리 당겨 썼으나, 이를 감당치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져 '2030 신용'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가 흔들리면서 국가 경제도 함께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31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간한 '7월 대출 및 연체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1인당 총 대출액은 3493만원으로 전월 대비 0.19% 증가했다. 특히 20대(4.08%)와 30대(1.97%)의 대출 증가 폭이 컸다. 1인당 대출액은 20대가 698만5000원, 30대가 3777만7000원을 보였다. 40대도 5398만원으로 0.51% 올랐다.
결국 20대와 30대 대출 증가세가 전체 평균(0.19%)을 많게는 40배 가까이 웃돈 셈이다. 반대로 50대(4968만6000원), 60대(3510만8000원), 70대(1488만원)의 대출액은 0.23%, 1.04%, 2.32% 각각 감소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발생한 연체액은 30대가 가장 크게 늘었다. 30대의 1인당 대출 연체액은 56만2000원으로 전월 대비 3.92% 늘었다. 20대 연체액도 10만8000원으로 3.5% 늘었다. 40대(160만7000원), 50대(284만5000원), 60대(331만8000원)가 각각 1.23%, 0.55%, 0.54%씩 증가한 데 비해 급격한 오름세다. 70대(172만7000원)만 연체 비율이 1.68% 낮아졌다.
20·30대 대출 증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지갑 사정이 나빠진 탓이라는 설명이다. '주식·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지만, 단기간에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연체율도 같이 늘어났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직장을 잃었거나, 장사가 잘 안 되는 20·30대가 수입의 일정 부분을 대출로 메우려 하지 않았나 싶다"며 "주식, 부동산의 경우 장기 투자하는 경향이 짙은데, 단기 수익이 실현되지 않다 보니 연체액도 늘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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