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지케어텍 부사장
![[기고] AI의사 `닥터앤서`의 밝은 미래](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3102102369660001[1].jpg "[기고] AI의사 `닥터앤서`의 밝은 미래")
닥터앤서 사업(2018년 ~2020년)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올해, 우리는 반가운 소식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가방위부(MNG-HA) 산하 6개 종합병원에서 닥터앤서의 안전성 및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차검증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닥터앤서'가 얼마나 진료와 치료 도움이 되고 믿을 수 있는지 신뢰성를 평가하는 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닥터앤서 의료진과 엔지니어들의 열정이 대양과 대륙을 가로지르는 먼 길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 넘어 열사의 땅에 최초로 국산 인공지능 의료기기 수출을 위한 희망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특히 교차검증 이후 현지 의료기관에서 실제 환자 진료 및 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가격 협상까지 이루어졌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닥터앤서'의 해외 수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을 시발점으로 더 많은 국산 인공지능 의료기기들이 사우디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로 수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배경에는 지난 2013년도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이지케어텍에서 사우디에 수출한 병원정보시스템이 기존 제품을 성공적으로 대체하고, 기술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것도 큰 힘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유사한 성공사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닥터앤서의 어떤 차별점이 유난히 경쟁이 치열한 국제 의료기기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배경이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기 적절한 정책기획과 과감한 투자를 들 수 있겠다. 인공지능 기술이 각 산업분야에 도입되고 있는 초기 단계에서 의료분야를 선정하고 적시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두 번째는 과기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뛰어난 과제 관리역량을 들 수 있다. 작년 10월 사우디 현지에서 닥터앤서를 소개하는 학술 행사를 잘 지원함으로써 일반기업에서는 수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사업 논의 단계를 단숨에 몇 단계 뛰어넘어 사우디 정부의 신뢰를 얻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어찌 보면 "지원하되 불필요한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한다는 자부심이 의료진과 엔지니어를 하나의 완전한 팀이 될 수 있게 하였다. 의사들은 진료시간을 쪼개가며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데이터를 가공하고, SW 개발 단계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엔지니어들은 어려운 의료용어 및 생소한 의료 데이터를 하나씩 배우고 분석하면서 밤샘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AI의료의 세계 주도국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AI의료에 필요한 기술 및 관리의 국제표준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식약처가 세계 의료기기 규제를 선도하는 10개국으로 구성된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에서 '인공지능 의료기기 규제조화 실무그룹' 설치를 제안했고 그 의장국이 됐다. 국내 AI의료의 해외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참여자들이 각자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여 사우디 교차검증에 성공하고, 더 큰 사업적 성과를 이루는 숙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 3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향후 인공지능 등 ICT 기술이 의료분야에 융합되는 유사 연구개발 사업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닥터앤서가 국내외 여러 병원에서 환자 진료 및 치료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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