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조국, 참 억울하겠다

박선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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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조국, 참 억울하겠다
박선호 편집국장
좀 억울하겠다 싶다. '조금만 더 일찍 이런 일이 있었다면 …'하며 잠 못 이룰 수도 있겠다 싶다. 이런 일이란 현 정권의 검찰 인사와 공공의대 추진 계획이요, 억울해 할 이는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최근 정부의 행태를 보며 불현듯 든 생각이다. 그만큼 지난 27일 검찰 인사는 충격적이고, 공공의대(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추진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검찰인사는 "형사 분야 공적을 중시했다"는 게 법무부 자평이지만 역대 가장 극적인 '줄세우기' 인사였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이다. 한마디로 검찰에 대한 '거세'였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이근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안양지청장으로, 같은 수사를 했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각기 좌천됐다.

조 전 장관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기소했던 이정섭 서울동부지검 형사 6부장은 수원지검 형사3부장이 됐다. 반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몸을 던지며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 부장검사는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이에 "'무조건 충성하라'는 간단한 메시지"라는 반응조차 나온다. 이제 "몸 날릴 공무원들도 제법 늘어날 듯하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런 검찰이었다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애초 불가능했다. 조 전 장관이 억울했겠다 싶은 이유다. 하지만 그래도 검찰 인사로 속은 시원했겠다 싶다. 조 전 장관이 정작 더 억울해 할 건 최근 정부의 공공의대 추진이다.

현재 정부는 시민단체 등의 추천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을 알려져 있다. 해당 부서인 보건복지부는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동 위원회가 정부 제시 심사 기준 등을 토대로 시·도에 배정된 인원의 2~3배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해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그 추천위원회의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말인가? 추천위원은 누가 어떻게 맡는가? 무엇보다 공공의대 추진은 찬반논란이 거센 정책이다. 지방의 낙후된 의료 서비스의 질, 기피 의료 분야에 전문인력 양성 등 공공의대를 추진하는 당위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 의료계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체가 코로나19 방역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이다. 더욱 납득되지 않는 건 공공의대 입학생 선발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우리사회에서 의사, 변호사 등의 면허가 갖는 의미를 정부가 몰랐다면 더욱더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 전국 각 대학 의대는 그저 일반 대학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1%에 속하는 최고 인재들이 다니고 있다. 학부모와 수능생 사이에는 "상위권 학생들이 전국 의대를 다 채우고 다시 서울대 일반 학과부터 다시 채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재의 지나친 쏠림이란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금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나 우리 바이오산업의 급성장은 이 같은 쏠림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세계 최고의 'K방역', 'K바이오'를 일궈낸 것이다. 그런 인재는 우연과 커닝으로 단숨에 길러지는 게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의대 문턱에 들어서는 그 순간까지 십수 년간의 피와 땀으로 길러진 것이다. 누군가가 그런 노력 없이, 기본 능력도 갖추지 않은 채 같은 자격을 누린다면 그 것이야말로 불공정이요, 불평등이다. 정의롭지 않는 것이다. 특정 이념에 기초한 선(善)을 위해 이런 불의가 허용되면 그게 전체주의요, 독재다.

"특정 누군가의 추천으로 의대생이 선발이 되는 것은 '소명감을 가진 참된 의사'를 양성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근 의사 국가고시를 포기하고 시위에 동참한 어느 의대생의 언론 인터뷰 한 대목이다. 소명감을 가진 참된 의사를 양성하는 방법, 누구보다 정부가 더 먼저, 더 깊이 고민했어야 할 부분이다.

박선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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