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재난지원금, 계속 지급할 수 있을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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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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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재난지원금, 계속 지급할 수 있을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대한민국 역사상 전 국민에게, 그것도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의 극복을 위해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사례는 2020년이 최초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는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재난지원금의 추가 지급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과연 재난지원금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계속 지급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상태가 일종의 국가적 재난이라고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재난지원금을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는 이유로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기준이 명시된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도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 더욱이 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대심리가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의 최근 30년만 돌이켜 보더라도 태풍과 홍수 피해, 심지어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IMF 외환위기 등 여러 유형의 심각한 재난들이 있었고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당사자나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은 없었다. 국가재정이 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치 못했던 점도 있었고, 피해당사자가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한 가지 효과는 분명히 확인되었다. 재난지원금의 지급이-일시적인 효과이긴 하지만-코로나 사태로 인해 날카롭게 곤두섰던 국민들의 갈등심리를 상당히 완화시키는데 일조하였고, 그와 더불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그러면 재난지원금이 계속 지급된다면 이런 효과도 반복될 수 있을까? 1차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2차 지원금을 기대하는 심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유 있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첫째, 재난지원금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고에서 지출되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국민에게 지급되지만,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를 반복할 경우 국민의 세금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조세저항으로 이어지게 된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지지율 상승이 조세저항으로 상쇄되는 것이다. 둘째, 재난지원금의 지급은 다른 분야 국가예산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난지원금의 사용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경제활성화를 위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였을까? 과연 경제활성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으로 투입되는 예산보다 더 큰 효과를 보일 수 있을까? 셋째, 재난지원금을 한 번 받는 것은 일회성의 행운처럼 느끼지만, 이를 두 번, 세 번 반복하게 되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가 뚜렷해지고, 포퓰리즘의 폐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재난지원금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 재난지원금이 반복적으로 지급될 경우에는 지급기준의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설정된 지급기준과 지급액의 차이도 점점 더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또한 국가에 의한 재난지원금의 경우에도 세대원의 숫자에 따른 지급액의 차등화는 인위적인 세대 분리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더 많이 받으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밖에도 재난지원금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논거들은 다양하다. 특히 찬성 논거 중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되므로,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서 충당하면 된다는 주장이 많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주장이 원론적으로 타당하다 하더라도 증세의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재난지원금을 일종의 기본소득처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재난지원금을 계속 지급하자는 주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재난지원금이 남미식 포퓰리즘으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국고를 탕진하고, 새로운 경제적 동력을 위한 여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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