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보합세에 주간 상승률 0.01%
30대 수요 집중 외곽은 9억↑ 속출
안정국면 아니라 '상향평준화' 지적도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부동산 다중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서울 외곽지역까지 30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활발해지면서 9억원 미만 아파트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서울 외곽 아파트 단지는 10억원대를 넘보면서 강남과의 차이를 좁히는 등 서울 집값이 '상향 평준화' 하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의 27일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전주 대비 0.01% 올라 1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아파트값 상승률은 점점 보합에 가까워지고 있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것처럼 정부 통계상에서는 '안정'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값은 6월 1일 보합(0.00%) 전환한 뒤 매주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다 7월 6일 0.11%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한달여 만에 아파트값 상승률이 보합 수준까지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은 "중저가 단지의 상승세는 지속되나, 보유세 등을 강화한 부동산 3법 시행,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영향 등으로 거래가 감소하며 상승세 둔화되고, 일부 고가단지에서 급매물 출현하며 상승폭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강남 4개구는 아파트값이 3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고, 서울 25개구에서 상승률이 0.03%를 넘지 않는 등 통계상으로는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30대 젊은 층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외곽 지역들은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10억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미아동부센트레빌 전용면적 84.93㎡는 지난 2월 7억4500만원에 거래됐던 물건이 5개월만인 7월 1억5500만원 오르며 9억원에 계약서를 썼다. 현재 이 주택형을 보유한 집주인들은 저층의 경우 9억2000만원, 고층의 경우 9억5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 맞은편에 위치한 송천 센트레빌의 전용 84㎡ 시세가 11억원이라 당분간 매물잠김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도봉구 창동의 동아청솔 아파트는 전용 84㎡가 최근 8억8000만원에 실거래되자 현재는 집주인들이 9억3000만∼9억7000만원까지 부르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연내 법인들이 내놓는 주택을 30대들이 패닉바잉하면서 당분간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출과 세금 규제를 동원한 정부의 압박 작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30대들이 많이 찾는 중소형은 취득세와 재산세를 많이 깎아주고 대출 규제도 덜하다"며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대체로 강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일부는 가격이 오르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내년 세금 중과를 앞두고 법인의 중저가 아파트 매물이 올해 연말까지 나온다고 해도 30대들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적어도 연말까지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향 평준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과 부동산 과세를 강화한 정부의 대책이후 매매값 급등은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고 가격도 강보합이 전망되지만 전세값 강세로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의 최고가 경신 사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랩장은 "전세 임차 수요에 비해 입주물량 등 공급이 못 미치는 지역은 당분간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외곽중심으로 동반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