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공간방역 재설계해야 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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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공간방역 재설계해야 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몇 주간 겨우 회복됐던 매출이 며칠 새 다시 고꾸라졌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타격이 엄청날 텐데 막막하기만 합니다."

광화문의 한 음식점 주인의 얘기다. 며칠 전 저녁, 넓은 홀과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음식점에는 손님이 한두 팀밖에 없었다. 음식점 주인은 인건비라도 줄이려 직접 주방에서 설거지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의 커피숍들도 간간이 음료를 가져가는 손님이 있을 뿐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환기가 안 되는 파주 스타벅스 매장 2층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온 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위기감이 커지면서 국민들도, 자영업자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정부는 확산세가 계속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민 건강과 안전, 경제와 사회 시스템이 모두 얼어붙을 위기 상황이다.

문제는 코로나가 진화를 거듭해 전파력이 6배 이상 높아진 데다, 파주 스타벅스 사례를 통해 가능성만 제기됐던 공기전파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해외에서는 전파력이 10배나 강한 변종 바이러스까지 발견됐다. 비말감염을 전제로 2m 거리두기와 손 씻기, 마스크 쓰기를 지키도록 한 기존 방역지침과 정책이 모두 수정돼야 한다.

이미 과학계와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7월초 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은 WHO에 공개서한을 보내 코로나19가 비말 크기와 관계없이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말감염을 전제로 한 코로나19 예방·방역수칙을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WHO는 이후 혼잡한 실내 공간에서 공기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국내 보건당국 역시 공기감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덴탈 마스크나 비말차단 마스크 대신 에어로졸까지 막는 KF 마스크를 구입하고, 환기가 안 되는 공간을 피하는 등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피해 다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형 오피스 건물부터 학교, 공공시설, 대중교통까지 대중이 이용하는 공간의 공간방역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 대형 공공시설과 대중교통, 학교 등의 이용자 동선과 공기 흐름을 시뮬레이션해 상황이 악화돼 3단계까지 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다중 이용공간의 냉난방기기에 기본적인 바이러스 제균 기능을 채택하고, 환기·공조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가 코로나를 계기로 다중이용시설의 공조·환기설비 관련 법·제도 정비를 준비 중이지만 연구용역에만 9개월이 걸린다니 당장 결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음식점, 커피숍 등 자영업자들의 영업 타격을 줄일 수 있도록 환기·공조설비 개선 시 지원하는 정책도 검토할 만하다. 대부분의 자영업 매장은 개별 냉난방용 에어컨을 가동하는데, 내부 공기를 순환시켜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보니 실내공기 오염에 더 취약하다. 중앙 냉난방 공조가 되는 건물의 매장들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미세먼지, 바이러스 등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다.

SRT를 운영하는 SR이 역사 내 매장에 바이러스 제거용 공기살균기를 설치하는 등 규모 있는 기업들은 자체 도입하지만 대부분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고용·휴업지원금, 자금지원, 보증지원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에 바이러스 제균설비 도입비용 지원 등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시중에는 자외선 LED, 광플라즈마, 발열소재 등을 이용한 바이러스 제균 기술들이 선보이고 있다. 기능이나 안전성이 미흡한 제품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없도록 검증·인증체계도 갖춰야 한다. 단기 일자리 창출과 경기진작을 위해 추진하는 한국형 뉴딜보다 각 지역에 흩어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일을 이어가도록 돕는 게 더 중요하다.

대형 시설의 내부 공기흐름과 이용자 동선을 시뮬레이션하고 실험해, 공간구조와 동선흐름을 바꾸는 등 공간 전체의 감염 저항력을 키우는 작업도 필요하다. 주요 시설물의 출입문부터 엘리베이터 버튼, 공공화장실의 수도꼭지 작동방식까지 접촉과 감염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 수년은 인간과 공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단순히 손 씻고 마스크 끼는 수준이 아니라 생활방식과 일상에서 쓰는 제품, 사회 인프라를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바꿔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싸움, 이제부터가 진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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