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칼럼] 편향된 역사관은 자해행위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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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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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칼럼] 편향된 역사관은 자해행위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미국의 국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대통령은 영국을 상대로 한 독립전쟁의 영웅이었지만, 영국군 장교 출신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의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 한때 앙숙이었던 미국과 영국은 오늘날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 되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만 국가의 흥망성쇠는 국제정세에 적응하는 능력과 직결된다. 임진왜란에 도움을 준 명나라에 집착하다가 청의 침략을 야기했던 우리의 아픈 역사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가 논란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했고 현충원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자가 묻혀있다며, 대한민국이 "민족반역자를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고 비난했다. 당시의 국내상황과 국제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자해적 역사관이 아닐 수 없다. 공산주의의 발호가 없었다면 친일 청산이 미뤄졌을 리 없고, 북한의 남침이 없었다면 독립군을 토벌한 자가 대한민국의 영웅이 되어 현충원에 묻힐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의 논리대로 과거 행위가 미래 평가의 유일한 기준이라면 이승만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전반에 걸친 독립운동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한다.

한 개인의 편향된 국가관과 인물평이라면 별 문제가 아니다. 그의 직위가 지니는 무게가 적지 않지만, 그만의 생각이라면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를 이끄는 핵심세력의 공통된 인식이라면 성격이 달라진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오늘날 국제질서에 역행하는 자해적 역사관이기 때문이다. 걱정되는 것은 현 정부의 외교 행보에서 유사한 역사관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친일 청산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몰입하면 일본과 관련한 모든 일을 부정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파트너로 인정한 미국은 친일 국가가 되고, 일본과 국교를 수립한 우리 정부 역시 친일 정부가 된다. 반대로 일본과 관계가 안 좋은 북한은 반일을 위한 협력 파트너가 되며, 일본에 의한 피해를 공유한 중국도 마찬가지다. 자칫 친북친중과 반일반미로 귀결되는 위험한 인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