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문재인式 문제인식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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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문재인式 문제인식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염장 지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 인식이 국민에게 주는 효과를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주 부동산 문제 관련한 문 대통령의 '집값 안정' 발언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3번의 대책이 쏟아졌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부동산 관련 7월 통계에는 '집값 안정'을 언급할 만한 작은 수치조차 없는데도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니 염장을 지르기에 충분하다.

지난해에도 "부동산 대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던 것 같다. 염장이 소금과 간장을 뜻하는 염장(鹽醬)인지 염통과 장기를 뜻하는 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도 생채기에 소금과 간장을 맞고 쓰라렸거나, 심장과 내장을 맞아 아팠던 사람이 많았을 테다. 돌이켜보면 부동산 뿐만이 아니었다. '6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되자 문 대통령은 "기적 같은 선방"이라고 표현했다. 소비판매액이 전월보다 전년 동월보다 늘어난 것을 표현한 말씀인데, 어찌 다른 나라 얘기 같다. 그래도 여기엔 일정 수준의 근거라도 있으니 낫다. 코로나19로 힘겨워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잠시라도 아픔을 잊게 해주기 위해 말한 "기적 같은 선방"이 스테로이드성 발언이라면 이해해 보겠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라는 말 속에 담았다면 그래도 고개 끄덕이겠다.

그러나 정책적인 이슈가 아닌 것과 관련된 말씀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윤미향의 정의기억연대 사태가 불거졌던 지난 6월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시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는, 사태에 대한 첫 입장 표명을 내놓았다. 매우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생뚱맞다. 거슬러 올라가 올 초 신년기자회견 때 토로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씀은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까지 내미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지난해 3월엔 또 어땠는가. '딱 봐도 느낌이 팍 오는' 윤지오 씨가 장자연 리스트를 다시 들추자 공소시효가 끝났지만 "검·경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며 사실상의 수사지시를 내리셨다. '도대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사실 압권은 지난 대선 직전 팽목항에 가서 방명록에 썼다는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귀다. 어디 '언어모순학과'라도 나오셨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이 같은 '별천지' 어록들이 나오는, 국민 가슴에 염장지르는 '문재인식(式) 문제인식'의 발원지는 어떤 모습일까.

근거 없는 희망이 넘쳐나는 곳일 것 같다. 불과 2년 전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1만원'이 모든 경제 지표들을 끝 모를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총체적 난국 상황 속에서도 아무 근거 없이 "소득주도성장은 옳고, 최저임금은 약속 못 지켜 미안하다"고 했으니 부동산 문제 정도야 "집값은 안정되고 있다"라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디테일'이라는 단어는 없는 곳일 것 같다. 이슈의 본질을 알려면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 파악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발언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본인이 알고 있던 지식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새로운 이슈에 대해선 파악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저 '윤미향'이라고 하면 '위안부 운동'만 떠오르고 '조국'은 '검찰개혁', '윤지오'는 '장자연 리스트'만 떠오르는 건 아닌지.

이제 이런 발원지에 빗장 지르시고 근거와 디테일로 문제를 인식하시길 요청 드려본다. 북극성을 길라잡이로 잡고 아무리 배를 타고 나아가도 북극성에 다다를 순 없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로 가기 위해 아무리 노를 저어도 다다를 순 없다. 그저 파고, 풍향, 천기를 체크하며 험난한 바닷길을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뿐이다. 그러다 보면 항구에 도착할 것이다. 마냥 북극성만 바라보고 북쪽으로만 나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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