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文정부, 부동산으로 정치… `표 계산` 끝내놓고 적대적 대책 내놔"

주택 소유자·무주택자 55 대 45, 실수요자 보호 명분에 핵심 지지층 합쳐 60% 확보 판단한 것
23번 부동산 대책 실패는 현실 모르는 '5無'서 비롯… 현 상황선 되레 아무것도 안하는 게 대책
집 못 사게 하고 전세도 없애고 결국 월세로만 살라는 것… 정부, 경제적 자유 보장 않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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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文정부, 부동산으로 정치… `표 계산` 끝내놓고 적대적 대책 내놔"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前국회의원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前국회의원


 "지금은 백약이 무효입니다. 정부의 신뢰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봐요. 부동산정책이 완전히 신뢰를 잃었는데 또 대책을 내놓는다고 효과가 있겠어요? 즉효를 내는 약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마약과 독약이에요. 그걸 쓸 순 없잖아요.(…) 8·4 공급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집값이 꺾이지 않는 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시장의 판단 때문이에요. 그 대책이라는 게 워낙 현실성이 떨어지니까. 정부가 제발 현실인식을 제대로 하길 바랍니다."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인 김현아 전 의원을 만난 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에 누구보다 예리하게 비판해온 '부동산 저격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때 부동산 관련 공약을 대거 내놓았고 비록 낙선했지만 정책적 포인트가 여전히 살아있다. 김 비대위원은 부동산정책 전문가로 20 대국회 때 관련 법안들을 주도했다. 정부가 공시가를 임의로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통과시켰다.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분쟁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임대차분쟁조정위의 권한을 강화한 임대차법 개정도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재도 당의 부동산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김 위원은 주택가격 급등 원인이 공급부족에 있음을 일찌감치 갈파하고 지난 총선 때 1기 신도시들의 전면적 리노베이션으로 공급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주거 품질과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복안이었다. 이는 향후 여야를 막론하고 공급책의 논의테이블에 올라올 수밖에 없는 방안이다.
 그러나 김 위원은 당분간 어떤 부동산정책도 거론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김 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앞뒤 안 재고 무차별적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사실 더 내놓을 대책도 없다"며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3번의 숨가쁜 대책 레이스에 정부도 시장도 이젠 지쳤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그리 된 원인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거시경제적 주요 섹터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념적 시각으로 접근한 탓이라고 했다. 부동산정책을 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정치'를 했다는 설명이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지금까지 99대1의 어젠다로 부동산정책을 끌고 왔어요. 집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이 55 대 45 정도 되는데,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 45%와 자기들 핵심지지세력 합쳐서 60 이상 과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나머지 40에 적대적인 정책을 펴온 겁니다. 아주 치밀한 표 계산 끝에 이런 정책을 폈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부동산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은 최근 홍남기 부총리가 주택가격은 조정(하락)돼야 한다고 한 발언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위원은 "경제 쇼크를 바라는 거냐"며 "경실련 통계로 보면 50% 떨어져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느 나라 경제가 자산 가격이 반 토막 나는 것을 감내해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김 위원이 지역구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경기도 일산 주엽동의 사무실에서 가졌다. 김 위원은 지난 4월 일산의 주거와 교육,빈 상가 활성화 등 도시문제를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도시연구소 '다시작연구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고 했는데, 현실과 동떨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미지를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집값 상승세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문재인 대통령이 거꾸로 서서 바라보는 그림을 보여줬다) 대통령만 혼자 물구나무 서서 세상을 보는 겁니다. 이것 이상 잘 설명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23번이나 대책을 내놓았는데 하나도 실효성이 없을 수 있지요?

"저는 정부 정책에 자신감이 결여됐다고 봐요. 요즘 쏟아내는 정책, 특히 공급대책은 허접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급대책에 진정성이 깃들어 있지 않아요."

-그동안 '강남'을 타깃 삼아 부동산정책을 세우다 보니 중구난방이 됐다는 말씀인가요.

"8·4대책만 해도 서랍 속에 있던 묵은 리포트를 다시 꺼내 재편집해서 보고한 게 아닌가, 위에서는 모르니까 표면적으로 시장의 공급확대 정책 요구에 응답했다고 보고 있어요. 왜냐하면 원래 공급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잖아요. 제 기억에 7월 15일까지 장관(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공식적인 발언도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었거든요. 갑자기 이렇게 선회한 것은 그간 대책이 전혀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부작용만 양산되고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조급해진거지요. 그래서 '공급 확대할게' 하면서 시늉만 한 거라고 봐요. 전문가들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허접한 공급책이죠. 시장에서 보면 영양가 하나도 없는 대책이고요."

-현재의 부동산 문제 근원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공급에서 국지적인 수급 불균형이 있다고 봐요.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되는 건 아니고. 이제는 부동산 시장을 통으로 봐서 일률적으로 대응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현실인식이에요. 그게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5무'로 얘기해왔어요. 5무란 무지 잘 모르고, 무식 시장을 무시하고, 무능 정책에 무능하고, 무리수까지 두고, 그리고 국회에서 밀어붙이는 무리함까지 저지른다고 해서 5무라고 했어요. 결국 5무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상황인식, 현실인식이 잘못된 것을 말하는 거 아니겠어요."

-정책에 진정성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 의지가 없어요. 다주택자는 국민 전체로 보면 9대 1 밖에 되지 않아요. 그리고 강남 사람들로 치면 99대1 밖에 안 되지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99대1의 어젠다로 부동산정책을 끌고 온 거죠. 집 가진 사람이 55, 못 가진 사람이 45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실수요자를 보호한다고 하면서 자기네들이 60 이상 과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핵심측근들도 다주택자들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가진 자 안에서도 자기들 편이 있다고 보고 표 계산이 끝난 것 같아요."

-아닌 게 아니라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아주 치밀한 표 계산 끝에 이런 정책을 폈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부동산정치'라는 말을 썼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효과 없는 대책만 내놓는다는 것을 설명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말이 자주 바뀌어요. 김현미 장관이 취임식 때 한 발언이 있어요. '통계는 얼마든지 입맛에 맞게 만들 수 있다, 국민이 체감되는 수치,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다면' 이런 얘기를 본인 스스로 했어요. 지금 경실련과 벌어지고 있는 주택가격 상승률에 대한 싸움을 보면 김현미 장관의 태도가 완전히 돌변한 거지요. 체감에서는 경실련이 주장하는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훨씬 더 믿는데, 본인은 공식적인 통계가 감정원의 주택가격지수라며 우기고 있거든요. 결국은 자기가 한 말들을 계속 뒤집고 있어요. 말 바꾸는 건 정치인들이 자주 하는 거지요."

-8·4대책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같은 당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들도 반대하고 나섰어요.

"여기 일산이 작년에 3기 신도시 발표 때부터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지역이거든요. 저는 그 지역의 심리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인터뷰 중에 김 위원 사무실이 있는 바로 이웃 아파트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과 다른 서울 근교도시에 비해 상승률이 매우 낮았다) 5개 신도시 중 평당 가격이 여기가 꼴찌예요. 김현미 장관이 방송에 나와서 발언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과천 등지의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기 신도시 때 일산에서도 똑같이 그랬다'며 씩 웃고 넘어갔는데, 저는 이 말은 '밀어붙이면 다 돼, 작년에 우리가 밀어붙였는데도 (총선에서) 우리가 이겼어'라는 의미로 읽혔어요. 굉장히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정치를 한다는 말씀이군요.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정치인 것도 있고 옛날 서랍에 있는 것을 다시 꺼내 재구성한 것도 있고 그래요. 세상은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데, 정책은 1만 달러 시대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8·4대책이) 100%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5년 정도 걸릴 거예요. 5년 동안 지금처럼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살라는 거죠? 그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

-그래서 패닉 바잉(공포 구매)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임대차3법은 전세 사람을 월세로 쫓겨나게 하는 법이거든요. 대체 국민들이 어떻게 하라는 말이에요? 지금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도저히 국민들하고 정책에 대한 해석이 일치하지가 않아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진중권 교수인가요? 이 정부 하라는 대로 하지 말고 이 정부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라고요. 일반 사람들의 상식으로 해석을 하면 절대로 주택시장에서 자기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거지요. 결국은 아무도 정부의 말을 안 믿게 돼버렸으니."

-국민이 정부 정책을 안 믿으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지금 이 상태에서는 백약이 무효라고 봐요. 일단 정부를 믿게 해줘야 해요. 정부의 신뢰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봐요. 왜 우리 몸도 설탕물도 영양제라고 믿고 (주사를) 맞으면 영양제로 느끼잖아요. 영양제를 '이건 독약이다'라고 생각하고 맞으면 사람이 패닉상태에 빠집니다. 결국은 주사를 놓는 사람을 믿지 못하면 어느 병도 낫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금 상태에선 정부가 빨리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해요."

-임대차3법 이후 전셋값 폭등,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결과를 정부여당은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이 정부 들어 학계나 연구원에 계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듣고 싶은 얘기만 하는 사람들만 부른다는 말을 해요. 쓴 소리하는 사람과 자신들과 시각이 다른 전문가들은 불려가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래서 이 정부는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임대차3법에 대해서도 그동안 야당이 반대를 해서 못했다고 그러잖아요.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도 토론을 해봤자 야당은 반대만 한다는 논리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임대차법이 20대 국회에서도 논의가 된 적 있습니까.

"저는 임대차3법과 관련해 바깥에도 있었고 20대 국회 안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진실을 말씀 드리자면, 전세를 2년에서 4년 늘리는 건 필요해요. 전세는 살아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모든 짐을 다 갖고 이사를 하잖아요. 외국은 빌트인이 돼 있어서 몸과 간단한 것만 갖고 이사를 하는 데에 반해서. 이렇게 짐과 같이 움직이는 방식은 2년 전세를 살고 또 이동하면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우리가 주거문화를 바꾸든지 아니면 전세에 대해서 장기간 임대차를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100% 공감을 해요. 그런데 목적, 목표와 수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문제잖아요. 이솝우화에 나오잖아요. 지나가는 행인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는 해와 바람처럼. 지금의 정부는 바람만 더 불어서 계속 사람들이 옷을 꽁꽁 싸매게 하는 정책을 쓰고 있어요. 인센티브가 없다면 시장의 부작용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동안 진지한 고민을 안 했다는 겁니다,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침묵을 했거나."

-당시 미래통합당의 임대차 보호방안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20대 때 임대차법 관련해서는 발의도 많이 하고 통과도 됐었어요. 예를 들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있잖아요. 한편이 신청을 해도 상대방이 수용을 안 하면 조정이 성립이 안 됐어요. 그래서 저희는 한쪽만 신청해도 무조건 조정위원회가 열리도록 했어요. 많은 임대차 관련법들이 통과 안 되다가 그게 하나 통과됐어요. 통합당이 제안한 거지요. 분쟁조정위를 활성화시킨 이유가 있어요. 조정을 하다보면 임대차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좀 더 잘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도 갖고 있었어요. 분쟁의 내용을 보면 법을 어떻게 마이크로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않겠나 생각하고 제안을 한 겁니다. 임대차 거래 현장에도 가보고 관련 통계도 받아보고 하면서 발의를 하고 법 규정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정부 인사들은 아무도 (현장에) 갔다 왔다는 말을 못 들었어요."

-현장 말씀하셨는데, 정부가 23번의 정책을 내놓았는데도 실패한 것은, 현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현장에도 가보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해요.

"아까도 현실 인식이 떨어졌다고 말씀했듯이 마찬가지로 현장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 나오는 걸 보고 이 정부는 서민이 집을 갖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믿고 싶진 않지만, 정책의 결과를 보면서 그게 사실이었구나 하는 뒤늦은 한탄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있긴 있어요."

-지금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누가 주도한다고 생각하세요.

"주변에서 저한테 그런 질문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저도 궁금해요. 과연 누가 무식하고 허접한 5무의 정책을 내놓는지. 정책의 결정권자는 과연 누구일까. 사실 정치인들 중에 부동산에 대해 정치한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은 드물어요. 그러나 국정 전반을 돌아봐야 하는 최고 통치자라 해도 집권 3년이 넘을 때쯤이면 써준 원고만 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제 수보회의에서 발언은 정말 물구나무서기를 했다고 봐요."

-정부여당은 또 종부세, 양도세 세율을 대폭 인상하고 지방세 개정으로 취득세도 대폭 인상했습니다. 결국 세금 부담이 집 못 가진 사람의 임차료에 전가되지는 않을까요.

"조세 부담이 세입자한데 전가될 거라는 우려가 있으니까 임대차법도 서둘러서 통과시킨 건데, 저는 이건 정말 땜질식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전가 안 될 수가 없지요."

-8·4대책 핵심이 재건축 재개발로 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것인데, 지자체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반대하고 있어요. 제대로 추진되겠습니까.

"저는 대표적인 동상이몽이라고 봐요. 규제완화라는 이슈를 갖고 정부와 재건축조합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합들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을 보고는 '이게 무슨 규제완화야?'하면서 알게 된 거지요. 개발이익을 90%까지 회수한다고 하는 전제가 너무 무리입니다. 누구든지 개발이익이 100원이 생기든 1000원이 생기든 반은 가져간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익의 90%를 환수한다고 하면 누가 순순히 응하겠어요. 개발이익을 무리하게 환수하겠다고 하는 방안 자체가 조합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 대한 메시지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았나 보고 있어요. 또 재건축재개발은 단지마다 다 사정이 다릅니다. 똑같은 당근을 줄 수가 없어요. 그 당근이 지역맞춤형이어야 하는데, 그 지역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파악해보려고 생각했을까도 의심이 들고요, 다음에는 그것을 입법적으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밀어붙이다보니 그런 반발에 봉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부는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익을 환수 안하면 투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가 정책에 자신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이미 개발초과이익환수와 보유세 인상, 양도세 중과 같은 장치를 만들어놨는데, 그거 말고 뭐를 더 환수한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은, 어떤 건축물을 보면서 안에 사는 사람이 기능적으로 좋은 건축물을 지어야 하는가, 아니면 길가는 사람이 보기에 멋진 외형의 건축물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물음이에요. 이 정부 사람들은 안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은 없고 밖에서 내가 보기에 주변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주관적 판단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재단하고 끼어맞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근본적인 주거공간에 대한 질문이네요.

"예, 건축가들의 가장 큰 역할이 뭐냐 하면 사람들의 행동패턴 같은 것을 연구해서 공간에 그것을 담고 그것이 주변지역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보통은 한쪽만 보고 말지요."

-일부 선진국에서 공공임대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고 어엿한 주거형태로 대접받는데, 왜 우리나라는 '임대주택'은 천덕꾸러기인가요.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각 국가마다 다른 입장을 갖고 있어요. 농경문화 정착문화 국가나 민족들은 주거보유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크더라고요. 반면 유목문화라든가 자유롭게 이동해야 하는 척박한 땅에 살아온 민족이나 국가는 주택에 대한 소유욕구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유럽이 이렇다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의 역사적인 배경, 물리적인 환경을 고려해야지요. 우리가 집단적인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150만 임대주택이 있고 문재인 정부 들어 100만호를 더 짓는다고 해요. 그래봐야 250만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가구가 600만 가구가 좀 넘어요. 그러면 1000만호가 조금 안 되거든요. 공공임대 주택이 250만호가 되더라도 공공임대주택이 주거형태로 보편화됐다고 할수 있을까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문화와 국민의 의식에 따라가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산층도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그걸 참여정부도 똑같이 했어요. 그런데 줄줄이 실패했어요. 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누가 캐비닛에서 제대로 꺼내왔구나, 그런데 앞부분만 보고 그 뒤의 평가보고서는 보지 않았거나 끝까지 안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20년 넘게 주택정책을 보아오고 제안도 해보고 참여해온 사람으로서 그 말을 듣고 정말 감회가 남달랐거든요. 서랍의 먼지 쌓인 좀비 보고서들이 다 나오는 것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욕은 자연스러운 건데, 국민들이 보다 수월하게 집을 가지게 하는 방향이 옳지 않나요? 소유에서 자유가 비롯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취향에 따라서 여러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결국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인데, 가짓수가 많은 것이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경제적 자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정부가 경제적 자유를 과연 제대로 보장하느냐 하면 아니라고 봐요. 집 못 사게 했지요, 이제 전세도 못 살게 하지요, 월세로만 살라고 하잖아요. 도대체 경제적 자유가 있는 건가요? 경제적 자유를 말살, 축소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국민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 이유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데, 온갖 규제 때문에 할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축소돼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절망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주말마다 도심에 나와 시위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기사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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