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해 상반기(1~6월) 820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상반기 기준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저유가 등 연료비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유가 변동성을 반영한 연료비 연동제 등을 담은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13일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28조1657억원, 영업이익 820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537억원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7489억원 증가해 적자를 탈출했다. 이는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다. 한전은 1분기에 4306억원, 2분기에 38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전은 2017년 4분기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18년 상반기(-8147억원), 2019년 상반기(-9285억원)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연간 실적도 2018년(-2000억원)과 2019년(-1조3000억원) 모두 적자였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를 낸 것은 저유가로 전력구입비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연료비가 하락하면서 발전자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2조5637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코로나19로 발전용 전력수요 등이 2.9% 줄며 전기판매수익은 2221억원 감소했다. 겨울철 미세먼지 감축 대책으로 일부 석탄발전소를 가동 중단하면서 석탄발전량이 줄어든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전력공급·환경개선을 위한 필수비용도 6611억원 증가했다.
원전 이용률도 79.3%에서 77.6%로 소폭 하락했다. 한전은 "원전이용률이 하락했음에도 저유가로 인해 실적이 개선된 것은 한전 실적이 원전이용률보다는 국제 연료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 적자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제기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의 장기화와 대외여건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경영환경에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으나, 환율이 안정화 되고 저유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하반기에도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그룹사 재무개선TF' 운영, 신기술 확대 등을 통해 전력공급비용 최소화를 위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개편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내면서 올해 안으로 마련될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등 연료비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도 변동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그동안 "가공비를 고려하면 당연히 두부값(전기요금)이 콩값(연료비)보다 비싸야 한다"며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면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주장해왔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한전 영업실적과 국제유가 표. 한전 영업비용의 60% 내외를 차지하는 연료비·전력구입비는 국제유가와 비례하기 때문에 한전 영업실적과 국제유가는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영업이익은 2020년 상반기 및 2011~2019년 연간 실적 비교. <자료:한국전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