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기부 예상한 與= 당초 모든 가구에 100%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여당 안에 나라 살림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는 강하게 반대했다. 소득에 상관없이 전 국민에 지급할 경우 필요한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월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재난지원금 지급기준 소득하위 70%(약 7조6000억원)는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과 설득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는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국민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재부에 공개적 경고까지 보냈다.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종 재난지원금은 정부안보다 6조7000억원 늘어난 14조3000억원(지방비 2조1000억원 포함)으로 결정됐다.
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 증액분 가운데 3조4000억원은 적자 국채로 메워졌다. 재정적자, 나라빚(국가채무)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비등하자,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명목으로 고소득층의 기부를 유도했다.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때 15%의 세액공제를 받는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을 처리한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실효적 대책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이 주를 이뤘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유있는 분들이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하는 자발적 기부운동이 일어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감동을"이라고 썼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야당은 자발적 기부에 기대 재정을 운영하냐고 했지만,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을 볼 때 생각보다 많은 기부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정 부담만 키운 지원금=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셈이 됐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기부금을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고용을 안정하는 기금에 편입해 사용키로 했다. 기부금이 들어온 만큼 고용보험기금 재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지급받지 않은 재난지원금(5518억원)이 전액 자동 기부된다고 해도 기부금 총액은 전체 재난지원금 예산(14조2448억)의 4%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7조6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을 더 늘렸는데, 기부금이 최대 6000억원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만큼의 국가 재정적자가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14조3000억원 2차 추경안 국회 통과로 국가채무는 819조원으로 1차 추경안 대비 4조원 넘게 늘어났다. 여기에 3차 추경으로 올해 국가채무 순증 규모는 99조4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본예산(39.8%)과 비교해 1차 추경(41.2%), 2차 추경(41.4%)을 거치며 3차 추경 이후에는 43.5%까지 치솟았다. 김동준·은진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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