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영용 칼럼] 한국경제의 虛像](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1302102269061001[1].jpg "[김영용 칼럼] 한국경제의 虛像")
정부는 최근 부동산 정책으로 신뢰가 추락한 마당에 꽤 위안을 느끼는 모습이다. 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국제기구가 각 나라의 사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세계적으로 비슷한 환경에서 한국의 성장률 저하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작다는 사실은 그나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속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낮은 성장률을 그나마 지지하고 있는 것이 일시적인 정부재정의 확대 지출 탓이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을 지출 측면에서 보면 민간소비, 민간국내총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수출-수입)을 더한 것인데, 정부지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하고 있다. 재정의 확대 지출도 정부의 튼튼한 곳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빚에 의존하고 있다. 빚내서 메우는 경제가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0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작금의 경기 부진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 경제의 기초가 허약해졌다는 데 크나 큰 문제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경제의 활력은 기업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를 주도하는 이들이 자본가-기업가들이다. 이들의 활동을 억압하면서 경제 활력을 찾을 수는 없다. 기업, 특히 대기업에 대한 온갖 규제와 기나긴 기업인 수사로 지금, 기업 부문은 숨 막히는 지경에 처해 있다. 그래서 코로나19를 빙자한 불황은 더욱 더 오래 갈 것 같다.
최근 정부는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아마도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을 탈출하기 위해 실시한 뉴딜 정책을 본보기로 삼은 것 같은데, 대공황은 통화공급 증가에서 발생했고, 불황 탈출을 위해 실시한 뉴딜 정책은 불황의 골을 깊고 길게 했을 뿐이다. 가벼운 몸살 정도 앓고 넘어갈 수 있었던 불황 국면의 경제를 미국 정부의 온갖 규제와 간섭이 깊은 수렁에 빠뜨렸던 것이다.
정부가 경제를 망칠 수는 있어도 살리기는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 성장이란 부(富)의 증가를 의미하며, 부는 사람들이 재화나 서비스에 부여하는 주관적 가치이다. 기업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시장에서 이윤과 손실을 경험하면서 알아낸다. 이를 잘 하는 기업은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퇴출된다. 그러나 정부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면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 원인도 거기에 있다. 정부는 사람들이 어디에 어떤 집을 원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에 국한해서만 보더라도 이 정권은 타락하는 민주정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민주정에서 집권한 정권은 임기 동안 국정을 한시적으로 담당하는 관리인이며 임기가 끝나면 모두 자리에서 물러난다. 따라서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이며 나라의 미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오늘 자신들이 관리하는 나라의 재산을 최대한 쓰려는 유인(誘因)을 가진다. 그리고 그런 유인은 세금 증가, 적자 재정, 통화공급 증가 등의 행동으로 실천된다. 지금 이 정권이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임기 후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당시로서는 최선의 통치 행위였다고 강변할 것이다.
최근의 OECD 한국경제보고서가 정권에는 다소 위안을 주겠지만, 그것이 한국경제가 속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덮지는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한국경제를 위해서 정부나 국회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똑똑한 민간을 앞세우라. 정책이라고 하는 것마다 없던 문제를 만들어 세상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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