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올해 상반기 국가 재정적자가 역대 최대인 111조원에 육박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출이 늘어난 반면, 세금이 덜 걷힌 데 따른 것이다. 나라살림에 적신호가 켜진 것과 달리,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2차 긴급재난지원금 등 또다시 헬리콥터 살포식 '현금뿌리기'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4차 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 현실화 시 연말 관리재정수지가 111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총수입은 226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조1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지출은 316조원으로 31조4000억원 늘었다.
총수입 감소는 국세 수입이 줄어든 결과다. 상반기 국세 수입은 132조9000억원으로 작년보다 23조3000억원이나 감소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상반기 코로나19 세정지원에 따른 납기 연장(-11조3000억원), 2019년 하반기 근로장려금 신청분 지급(-6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실제 6월 누계세수는 전년보다 11조4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세수 감소분 중 11조9000억원, 6월 세수 감소분 중 1조2000억원은 일시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6월 한 달만 따지면 국세 수입은 14조7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조9000억원 줄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린 결과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90조원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적자 폭이 51조5000억원 커진 것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기금 등 사회 보장성 4대 기금 수지를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황을 볼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0조5000억원에 달했다.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들어 매달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6월까지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컸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111조5000억원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최대인 것은 맞다"면서도 "월별로 판단해 최대이고, 나빠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년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따라 지출 규모가 예년보다 늘었고 세수 여건 안 좋아지기는 했지만, 3차 추경 기준 (-111조5000억원) 범주를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정부 예상과 달리, 추가 지출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선 코로나19에 이어 지속한 폭우 피해 복구를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4차 추경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월 임시국회에서 4차 추경이 편성된다면, 지난 1961년 이후 59년 만의 한 해 4차례 추경이다. 일각에선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 관리재정 적자가 120조원을 넘어서고, 국가채무는 850조원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