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DT현장] 의대증원 반대는 밥그릇 지키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1102102269102001[1].jpg "[DT현장] 의대증원 반대는 밥그릇 지키기")
의료계는 현재 국내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의사 수 증원은 출혈경쟁을 야기한다는 게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OECD 평균보다도 적은 실정이다. 실제로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4명으로, 이는 OECD 평균 3.5명을 밑돈다. 우리보다 적은 나라는 콜롬비아가 유일하다. 이에 정부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총 4000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또 한가지 주목해서 봐야 할 우리나라 의료 현실은 외래진료 횟수다. 의사 수는 적은데 외래진료 횟수는 OECD 국가 중 1위다.
2018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9회로 OECD 회원국들의 평균(6.8회)보다 2.5배나 높았다. 일본이 12.6회로 우리나라의 뒤를 이었다.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3회 미만인 국가들은 콜롬비아(1.9회), 스웨덴(2.7회), 멕시코(2.8회) 등이다.
의사 수는 적은데,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많다는 건 의사 한 명이 소화해야 하는 외래진료 건수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른바 '빅5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지역 초대형 병원의 경우, 의사 한명이 하루에 환자 몇백명을 진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니 '30분 대기 3분 진료'라는 환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사 진찰을 받으려고 30분을 기다렸다가, 진료는 고작 3분만 받고 나온다는 거다.
이러한 의료환경에서는 환자가 본인의 증상을 의사에게 자세히 설명하는 게 불가능하다. 의료계가 강조하는 '환자 중심' 철칙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복지부가 내부적으로 몇몇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환자 중심'이 되기 어려운 우리 의료 현주소가 더욱 선명해진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지역 초대형 병원 한 곳의 내과에서 외래진료를 받을라 치면 '20초 진료'를 각오해야 한다. 이 병원 내과 의사 1명이 하루에 진료한 환자는 평균 450~500명이었다. 환자 1명당 진료시간으로 따지면 '20초'다. 환자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연구팀의 조사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대형병원의 실제 외래 진료시간은 환자 1명당 평균 4.2분이었다. 환자가 만족할 만하다고 제시한 진료시간은 6.3분이었다.
의사 부족 문제는 지방으로 가면 더욱 심각해진다. 의사 인력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국 시·도 소재 의대에서 졸업한 의사가 해당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는 비율은 울산 7.0%, 경북 10.1%, 충남 16.6% 등이다. 이에 따라 지역별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경북 1.4명, 울산 1.5명, 충남 1.5명 등으로 서울(3.1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의료 인력 편차로 인해 의료 서비스를 받는 기회도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지역 내 의료 이용률을 보면 2017년 기준 서울은 93%지만 경북은 23% 수준이다. 특히 이런 지역 의료 공백 문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관련 집단감염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던 지난 2 ~ 3월, 지역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의료계가 귀기울여야 할 것은 국민의 목소리다. 국민 60%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는 현 상황은 이러한 의료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8.2%가 공공의료 인력 확충, 지역 의사 양성 등의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고 의료계의 경쟁이 과열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응답은 24.0%였다. 17.8%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의료 소외'를 겪어야 했던 수많은 국민들의 외침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이미 의료계도 코로나19 사태 속 의료인력 수급 문제를 몸소 겪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만 고집한다면, 의료계의 반발은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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