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남극행 3만리](http://contents.dt.co.kr/images/202008/2020081002102269660001[1].jpg "[논설실의 서가] 남극행 3만리")
남극이 부른다
박숭현 지음/동아시아 펴냄
역대 최장 장마다. 이전에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날씨 패턴이다. 기후를 결정짓는 요소는 여러 가지지만 과학자들은 해수의 순환을 가장 먼저 꼽는다. 해수는 지구 열역학적으로 맨틀의 움직임과 자전의 영향을 받는다. 맨틀과 지구 자전의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나가야 한다. 곧 바다를 연구하는 것은 기후를 비롯한 화산, 지진 등 지구의 운동을 연구하는 것이다.
책은 남극 중앙해령과 그 곳 열수(熱水) 분출구, 신종 열수 생명체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소개한 보고서이자 남극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자연 및 인문지리적 이야기를 담은 항해기 또는 여행기다. 한국에서 남극까지 거리는 약 1만 3400km, 3만3000리에 달한다. 고도 100km 카르만 라인을 넘어 우주에 닿는 데는 수 분이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남극까지는 수개월에 이르는 여정이다. 저자는 해양탐사선 온누리호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해앙탐사선을 타고 25년 동안 25회 남극 연구에 나섰다. 도중 칠레의 발파라이소에서 남미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떠올리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을 만난다. 그래서 책은 과학과 문학, 예술이 잘 범벅된 에세이가 된다.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 지구는 본질적으로 안정적인 균형 상태에 있지 않다고 한다. 태양계 내에서 만유인력, 지구 자체의 운동, 지표면의 기후 등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조건들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삶의 터전인 지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변화와 지구 내부 활동까지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지식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지구 메카니즘의 많은 부분을 품고 있는 남극 해저를 연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 박숭현 박사는 2019년 하버드대 랭뮤어 교수와 공동으로 남극 해저에서 새로운 맨틀을 발견하고 '질란디아-남극 맨틀'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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